광고를 보고 허허 웃었다.
어제오늘 이곳 블로그 창을 열면 떠오르는 광고를 보고 허허 웃었다. 내 블로그 창에 새롭게 편입된 광고의 종류였다.
'이혼 해결 전문'
이라는 머리글을 내세우고 올라온 광고였다. 허탈했다. 나를 웃게 했다. 이혼이라~, 엥? 현재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내용이었지만 씁쓸했다. 바야흐로 내가 온전하게 나로만 사는 세상에 와 있구나.
그제였다. 엄청나게 할인된 가격으로 내 눈을 유혹하는 광고가 있었으니,
'한우 가격 폭락, 반의반 가격도 안 됨'
이런 문장이었던가. 핏빛 한우의 모습이 여러 장 찍힌 사진이 내 핸드폰 창을 온통 채운 것을 몇 번 확인하고는 갑자기 소고기를 사서 열심히 씹어 삼켜보는 것도 괜찮을 듯싶었다. 평소 못 먹고 산 때문이기도 하리라. 싼 것이 비지떡이라는 관용구를 각오하고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구매하였다. 와그작와그작 이빨 운동을 해서 느낄 수 있는 운동감을 무척 좋아하는 나다. 그 감을 좀 충분히 느끼고 싶었다. 남자도 마찬가지라면서 시키라고 했다. 덕분에 이틀 저녁을 소고기를 몽땅 섭취했다.
큰 덩어리를 하마처럼 씹어 삼키는 것을 즐겨 하는 나는 몇 조각 만들지 않은 큰 덩어리째 소고기를 먹었다. 입 안 가득 뇌까지 연결된 내 중추신경을 이렇게나 커다란 만족감을 어찌 준비했냐며 육신의 주인이 지닌 힘을 대단하게 여겼다. 몸소 만족한 식탐의 값이 얼마나 컸던지 결국 내게 또 다른 값을 지불했다.
고기를 씹어 삼키는 리듬에 분별이 없었나 보다. 사실 내가 음식을 삼키는 기준 능력이 아직 약했다. 하긴 쳐들어오는 고기를 바빴나 보다. 육질을 씹으면서 얻은 미감의 흡족함은 시기 질투가 많은 어떤 신이 내게 곤혹함을 선사하게 한 것이다. 소화가 되지 않았는지 밤새 보대끼고 그만 불면의 밤을 보냈다는 내용의 글을 이곳에 올렸다. 이것으로 끝났다면 알고리즘의 해석은 적당한 선에서 멈췄을 텐데 그만 내 글귀에는 알고리즘 세포 본부를 꺼끌꺼끌 거칠게 만든 문구가 있었나 보다.
글 중간중간 남자의 이야기도 곁들였다. 자칫 잘못 해석하면 남자 때문에 그날 밤 내 육신의 고통이 시작되지 않았을까 하고 충분히 의심할 만한 문장이 있었다. 나 싶게 적힌 문장이 있었을 것이라는 나의 해석. '보대끼다'라는 낱말 때문일 거다. 그것은 어제와 오늘 느닷없이 이곳 내 블로그에 새삼스럽게 편입한 광고, '이혼 전문 변호팀'이라는 광고를 끌어들였고 내 블로그 창에는 심각한 어둠을 상징하는 색과 문구가 우중충하게 서 있다.
광고를 보고 허허 웃고 말았다. 잠시 후 나도 내 뇌 안의 알고리즘을 작동시키기로 했다.
'왜?'
'왜 이런 광고가 뜨지?'
'단 1초도 관련된 생각을 해 본 적이 없고 관련된 내용의 글귀를 적은 적도 없는데 왜 이런 광고가 뜸?'
고민 끝에 찾아낸 원인이 분명 소고기를 몽땅 먹었다는 것일 거다. 그래, '보대끼다'와 '밤새 보대끼다' 사이에 남자가 함께 먹었다는 내용이 연결되니 남자 때문에 한 여자의 몸과 마음이 징글징글 보대꼈다고 알고리즘은 해석한 것.
하하하, 하하하하하~
박장대소를 금할 길이 없다. 이것 참,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어쨌든 세상이 참 재미있다. 문득 내가 이 말을 글로 옮겨 인터넷에 입력시킬 때 늘 내 주변을 배회하고 있을 저 여인은 과연 어떤 해석을 할까. 무섭다. 누가 내 안에, 내 뇌리에 들어앉아 그럴싸한 가상공간을 설치하여 소설처럼 움직이면서 나를 살게 하지 않을까 두렵기조차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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