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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하루 공개

분노를 다스리는 방법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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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를 다스리는 방법 하나

 

오늘 내 안의 내 모습이 꼭 이러했으리라. 한데 왜 이 여자를 그림으로 그리고 싶어지지?

 

 

종일 바빴다. 공식 행사가 있어 꺼 뒀던 핸드폰때문에 얼굴을 붉으락푸르락하는 일이 터졌다. 나는 어느 한 가지 일에 꽂히면 제 정신이 아니다. 말 그대로 그 일이 전부가 된다. 그 일에 꽂힌 채 나머지 일은 어떤 것도 아닌 것이 된다. 잊힌다. 정말로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나는 한 가지 일에 매달린다. 그 일의 원인과 과정 및 결과를 범벅을 해서 또 하나의 과정을 밟는다. 발버둥을 칠 정도이다.

 

그때 나에게 손을 내밀어서 해야 할 일이 발생한 사람은 난감해진다. 한두 번 연락이 닿지 않은 것이 아니라 대여섯 번 혹은 열댓 번 연락이 닿지 않은 경우 획 정신이 돌아버릴 정도가 된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 그 사람은 내가 어떤 일로 인해 얼마나 심란했으면 저렇게 난리일까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 사람뿐만이 아니다. 모든 이들이 그러리라. 이는 마치 매우 조그마한 뽀드락지라도 그 아픔은 당사자밖에 모르는 경우와 똑같다고 나는 생각한다. 내 아량이 좁은 탓인가. 그런 경우 화를 내고 내게 달려들면 나는 함께 미친다. 

'나는 지금 너와 같은 입장에 서서 있는 것이 아니야. 현재 나는 누구도 건드릴 수 없어. 오직 나야. 건들지 마.'

하는 식이다. 

 

그래, 그렇다 치고 돌아서려 하니 대체 사는 것이 무엇인지 기운이 쭉 빠진다. 일단 각자 사는 것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보탬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다. 설령 나를, 내가 당한 입장을 충분히 배려하여 내게 따스한 손길 혹은 말을 던져올지언정 단지 조언에 그칠 수는 있다. 조언도 조언 나름이지 자기 생각의 범위 안에서 하는 생각은 아무런 값어치가 없다.

 

잔뜩 화가 난 남자와 서로 속이 뒤집힌 가운데 삼겹살을 구워먹었다. 인터넷 홍보물에 감빡 눈이 가서 쇠고기와 함께 구매한 돼지고기는 물이 흥건히 나와 굴 때부터 별 맛이 없어 보였다. 오후 내내 해낸 육체노동 덕분에 감지덕지하며 열심히 먹었다. 덕분에 시장이 반찬인 격이 되었다. 평소 먹어대는 양대로 퍼(?)먹었다. 더 먹고 싶었다. 일고 있는, 현재 진행형의 상태에 있는 분노를 먹는 것으로 해결하고 싶었다. 하나 불가능했다. 이미 남자가 먹는 양을 충분히 양보한 후였다. 

 

오늘 잔뜩 화가 난 둘이서 돼지고기를 먹으면서 터득한 한 가지가 있다. 분노를 다스리는 데에 마늘 매운맛이 최고더라.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분노 상태로 저녁 식사를 하는데 생마늘을 두 조각 함께 먹었더니 혀를 덮치는 알알함이 의식을 잃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마늘 매운 기운 덕분에 분노가 사그라들었다. 세상을 향해 무엇인가 무기(?)를 들고 싶을 때는 생마늘을 먹자. ㅎㅎㅎ. 워낙 마늘을 좋아한 까닭에 얻은 경험에 의하면 마늘 매운맛은 그 어떤, 매운 고추라도 쉬이 따를 수 없다. 마늘 매운맛이 혀를 자극하면서 마음을 누그러뜨리게 하는 힘은 엄청나다.

 

나는 마늘을 엄청나게 좋아한다. 하여 내 건강은 무난하리라 생각하는데 그렇지도 않더라. 픽사베이에서 가져옴

 

설거지를 마친 남자는 모과차를 타 와서 주고 간다. 그도 분노가 사그라졌을까. 혹 마늘 조각을 여럿 먹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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