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마무리해야 할 때에 와 있다. 올 여름 방학은 그야말로 '제대로 풀어진 채 놀기'이다. 그 중 일주일을 온전히 바친 사건을 들춰 보자.
출발은 사실 고단했다. 학기말, 한없이 복잡해진 머릿속의 찰나적 판단에 의해 신청한 여름 방학 중 실시되는 연수가 당첨되었다. 역사와 세계사를 아우르는 '대한민국과'가 전제된 이 거창한 내용의 연수에 하찮은 미물(교육계에서~ ㅋ)로 존재하는 내가(연줄이 전혀 없으며 연줄 취향이 전혀 아니며 연줄로 사는 이들을 인간 이하로 취급하면서 사는 나이므로!) 전국적인 단위로 모집되는 이 연수에 당첨되라고는 한 치의 기대도 없었는데 당첨이라니. 요즘 추세에 따라 집합연수라면 당연히 숙박이 갖춰졌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신청한 것이었다. 물론 안내서에는 교통과 숙박은 각자 해결이라는 문구가 나열되어 있었고 나는 그 문구를 당첨을 확인한 후에야 읽었다.
'이런 젬병~ ' 당첨 공문을 읽고서, '교통과 숙박은 각자 해결'이라는 문구를 확인하고 나자 순전히 내 의사에 의해 결정된 이 껄쩍찌근한 연수가 또 한 덩이의 고민거리로 내 뇌세포들을 지배했다. 온통 끊임없이 일렁이는 고뇌의 사슬을 견뎌내고 있던 내 뇌는 그만 완전한 소용돌이에 익사 직전이 되었다. 먼저 서울 언니들에게 나의 여름 방학 연수용 숙박을 공지(대기 명령)했다. 다음 날은 놀고 있는 언니에게 '나 대신 연수 가능 여부'를 진단했으며 또 다음 날은 교육청에 '연수 취소 가능 여부'를 확인했고 그리고 또 다음 날은 연수처에 '연수 취소 여부 및 주변 숙박업소 추천' 등을 문의해야 했다. 그러나 위 모든 진단에 대한 결론은 결국 '내가 정정당당하게 연수를 받아야 한다'로 내려졌고 나는 방학 시작 일주일 후 한양으로 상경하여 연수를 해냈다.
위풍당당하게 입하고 환골탈태하여 출하였다. 푸하하하...... .
연수는 꿀잼이었다. 하, 이런 연수를 받지 않으려고 그토록이나 발버둥을 쳤다니. 그야말로 연수처에서 안내한 십오, 이십 여 만원 정도의 최고급 레지던스 등에 숙박을 해야 했어도 마땅히 받을 가치가 있는 연수였다. 보험 약관을 자세히 읽지 않고 가입한 후 보상의 상황에 처해져서야 약관을 읽고 난 후 문제가 붙곤 하는 경우처럼 비록 연수 안내문을 제대로 읽지 않은 채 신청했던 경솔함으로 당첨 이후 연수가 시작된 날까지 줄곧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야 했다. 이 멋진 내용의 연수를 어떻게든 받지 않으려고 이 방법 저 방법을 생각해내며 고민했던 순간들마저 응당 치렀어야 할 고통으로 판정짓고 싶을 만큼 좋은 연수였다. 동남아 몇 나라를 제법 자세하게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열심히 강의를 해 주시는 교수님들의 태도가 참 존경스러웠다. 새삼 교수라는 직업을 다시 보게 되었다.
배우는 것의 즐거움을 그 무엇에 바꾸랴. 공부를 하기로 한다. 더 열심히 현명한 방법으로 공부를 해 보기로 했다. 지금까지 줄곧 해 온 독서의 방법을 방향 전환하기로 했다. '다독'에서 벗어나 '철저한 정독'을 취하기로 한다. 한 번 읽고난 후 정말 공부다운 공부를 위한 책이라고 여겨진다면 두 번, 세 번, 아니 네다섯 번을 읽고 또 읽어 제대로 된 공부를 해 보자. 며칠 전 인터넷 기사로 읽은 어느 육십 넘은 가정주부의 박사 학위를 따기까지의 기사가 생각난다. 십오 년이던가 그 이상의 햇수던가. 마침내 학위를 딴 여인네의 내용도 내게 큰 메시지로 남아 있다. 더군다나 중세미술을 공부했다는 내용이었다. 영어가 되질 않아 박사 학위에의 도전을 멈춰서야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물론 여전히 영어는 바닥인지라 무슨 학위를 위한 정식 공부는 아니되겠지만 어쨌든 내 정신을 사로잡는 공부라면 붙잡아 열심히 해보고 싶다.
우선 분야를 정한다. 역사와 문학과 예술의 융합! 아, 이건 너무 거창하다(?). 창대한 겉만 매만지다가 끝날 내용이구나 싶다. 너무 크다. 아, 아니다. 나는 뭐 정식 절차를 밟아 무엇이 되고자 하는 공부는 아니지 않은가. 그래 역사와 문학과 예술을 아우르는 공부를 하자. 해 보자. 그저 '단지 내 생의 즐거움'을 위한 공부이다. 아, 물론 이는 나는 물론 내 주변 가까운 지인들에게 매우 긍정적인 영향이 끼쳐질 수 있으리라. 그리고 '단정한 생의 정리'를 위하여 꼭 해내야 할 고아한 작업이 되리라. 말하자면 나라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낼 수 있기 위한 마지막 혼신의 짓이 될 수 있으리라. 열심히! 즐겁게!
'라이프 > 하루 공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180104 그날: 마침내 찾은 휴가를 제대로 즐길 것 (0) | 2021.12.19 |
---|---|
2017년 2월 24일 금요일 (0) | 2021.12.19 |
21년 12월 17일 눈 내리네 (0) | 2021.12.17 |
'눈물 흘리기'라는 감각을 잃어버린 사람들 (0) | 2021.12.15 |
우리집 축제 둘 (0) | 2021.1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