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에 물 주기가 기가 막힐 정도다
기가 막힐 정도다.
- 화초들에게 물을 줄 때마다 물의 양을 적정선에 맞추기가 참 힘들다. 인간의 과한 욕심이 문제다. 그토록 긴 시간을 해오는 일인데 매 회 물받이에 물이 넘치곤 할 때가 꼭 등장한다. 욕심만큼 몽땅 키우는 화분들이기에 적당한 물 주기를 얼마나 깔끔하게 해내느냐에 따라 일이 수월하고 짧게 끝나서 그날 내 하루의 효율성이 좌우된다.
- 밥을 새로 짓게 되는 날이면 화초 키우기에 대한 내 열정은 살뜨물의 효과적인 사용에 가 닿는다. 스킨다부스 등 쌀뜨물이라는 효과적인 영양분이 담긴 물을 좋아하는 내 녀석들에게 물을 보충하고 싶어진다. 이틀에 한 번씩 밥을 짓게 되므로 스킨 등은 살뜨물의 영양분을 먹어 활활 활활 성장의 불타오름을 확인할 수 있어 한편 뿌듯하다.
- 그제던가 어제던가. 그제겠구나. 살뜨물로 영양분을 공급받은 화분이 있었다. 왕성하게 자란 스킨다부스들을 삽목을 하여 또 하나의 화분을 만들었다. 뿌리내리기를 위해 세심한 보살핌이 필요한 분이다. 그제 밥을 지을 때에는 부디 잘 살아내기를 바라면서 쌀뜨물을 줬다. 주인의 욕심은 하늘의 높이를 잴 수 없다는 변명을 꼭 안고서 결국 몽땅 주고 말았다.
'아, 나는 늘 왜 이럴까, 제발 욕심을 좀 내려놓고 사렴.'
자책을 퍼부으면서 물은 넘칠 것이라고 예상되었고 재빨리 걸레를 가지러 가기 위해 달리려는데 말이다.
- '달려라 달려! 마루치 알아치를 외치면서 베란다로 내달려 걸레를 들고 와야 한다.'
생각되어 잽싸게 움직이려는데, 와우, 느껴지더라. 내 좋지 않은 시력에도 느껴지더라. 딱 멈춰야 할 선, 멈춰야만 하는 선에서 멈췄다.
나는 외쳤다.
"와, 딱 저기에서 멈출 수 있게 하다니. 바로 이게 마지노선이라고! 잘했어. 아주 잘했어. 아주아주 잘했어."
내게 커다란 느낌표의 목소리로 칭찬의 언어를 전했다.
"잘했어. 아주 잘했어. 이젠 화분에 적당량의 물 주기에도 달인이 되어보자."
화분의 물은 넘치지 않고 제대로 된 멈춤의 선은 지켜졌다. 얼마나 고맙던지.
- 앞으로 진행될 화분 물 주기는 꼭 이렇게 걱정선을 지킬 수 있기를. 말하자면 중용의 미학을 꼭 실천하기를! 부디 내 일상의 분노를 화분에 몽땅 물을 주는 것으로 해결하려 들지 말기를! 가만, 단정하고 차분하게 살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