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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한 모순
다가왔다 싶었는데
그녀는 좌회전으로 나아갔다
손짓 발짓 한사코
권유한 우회전에도 줄곧 직진이었다.
가로질러 그녀에게로 가
길을 이야기하자고
우리
디뎌야 할 선을 생각하자고
전진 혹은 후진
어떤 것이라도 좋으니
곧추세워 내디딜 걸음의 방향을 결정하자고
새끼 손까락 걸어 맹세하지 않아도 좋으니
길
만들어 함께 가자고
옆구리에 투투투투 휘파람 닮은 신호를 그려가며
청했으나
그녀는
손가락 끝에서 느껴지는 소리가 걸근걸근하다며
손사래를 쳤다
거슬러 올라가야 할 사선이라도
길바닥에 혼을 심자고 졸랐으나
여자는 앞으로만 앞으로만
차라리 산을 오르겠다고 했다
직선 위에 선 곡선이
회오리 바람을 잠재운 채 하강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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