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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 울창하던 그곳 동백 울창하던 그곳 섬의 겨울이 그립습니다. 당신의 글 읽는 내내 느린 파노라마 내 젊음의 시절이 마치 겨자 입힌 덧니 돌출되듯 펼쳐집니다. 우여곡절 삶의 귀퉁이에서 무엇 하나 덧붙여보겠노라고 하냥 지새우던 밤 허우적거리던 빈 허리의 허망함을 담은 액체가 늙은 여인의 쇤 허리 틈에서 다시 샘 솟습니다 그날 서로를 향해 읊었던 안녕의 문장들은 사어가 된 채 앞바다에서 허우적거렸고 이제 눈 앞 메아리로 되돌아오던 서슬퍼런 소망이 허리를 만들지 못한 채 흔들거립니다 그곳 동백이 벌건 이유이겠지요 여전히 치유되지 못한 원초적 영역의 죄이자 벌일랑가요 동백을 동백이라 부르지 않고서 봄의 자리를 아직 점령하고 있다고 무작정 겨울을 궁지로 몰던 이를 향한 진인사대천명일까요 당신의 글 속 동백 천지 안에 소박맞은 흰색.. 더보기
지상에 앉혀놓은 천상의 사랑을 받았다 지상에 앉혀놓은 천상의 사랑을 받았다. 출근길 아담한 공원 늙은 동백 몇 아래 붉은 사랑이 앉아 있었네. 겨우내 진즉 벌겋게 눈 뜨고 사람 겨울을 동행해 온 동백 돌덩이 짐 진 양 무거운 몸 이고 지고 조석을 걷던 한 여자 발아래 뚜벅뚜벅 걸음 밑에 숨겨둔 그녀의 꿈 더딘 노인 흐린 움직임을 마중 나갔다가 스러졌다는 소문 어떤 이가 앉혀놓은 천상의 벌건 사랑 전해받아 어제까지 짓밟힌 앞날 고스란히 호흡을 회복했다 더보기
돈을 써야 한다 돈을 써야 한다? 돈을 써야 한다. 돈을 써야 한다! 근데 쓸 돈을 어디서 만들고! 난생처음. 일터 내 일에 지원해주는 돈을 써야 한다. 백만 단위이다. 갑작스레, 뜬금없이, 지령 하달된 상황이 만들어지고 내게 이 업무가 떨어졌을 때 나는 내 상관에게 청했다. "나, 지금 해야 할 일로도 일 분 일 초를 다퉈야 할 사람이오." "알고 있소. 그러나 어찌할 것이오, 해야지요." "그럼 서류 처리를 도와줄 사람을 묶어 주시오." "아, 걱정을 마시오. 그 일. 서류 처리를 능숙하게 할 사람은 이미 있소. 진즉에 해봤다더라고요." "다행이네요. 그렇다면 느닷없는 일이지만 내 일이라고 명 하시니 하지요." "돈이 왔어요, 돈이 왔는데요. 어서 주세요, 계획이요." "무슨 돈? 어떤 돈인데요?" "그 돈이요, 그.. 더보기
3월 마지막 주다 3월도 마지막 주에 와 있다. 며칠 전 '3월'에 관한 시를 모아 읽은 적이 있다. 문득 떠오르는 시 한 편을 적어본다. 3월 예찬 - 양광모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이제 곧 끝난다는 것 알지? 언제까지나 겨울이 계속되지는 않는다는 것 알지? 3월은 판도라의 상자에서 기지개를 켜며 말하네 아직 꽃 피지는 않았지만 이제 곧 활짝 피어나리라는 것 믿지? 그래, 3월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이제 곧 끝난다는 것을 안다. 나는 잘 안다. 숱한 경험을 내 의지를 넘어선, 조물주의 간섭과 윽박지름으로 산 세월, 너무나도 잘 안다. 언제까지나 겨울은 아니겠지. 한데 어쩌자고 나의 봄은 늘 제대로 오질 않았을까. 들판에는 이미 봄인데 왜 나만 아직 늘 겨울 속에 푹 잠겨 있어야만 했을까. 영 헤어날 수 없을 것 같은 겨.. 더보기
애리다 애리다. '몸에 난 상처가 찌르는 것처럼 아프다.' '마음이 아프다.' 여러 뜻을 지닌 '애리다' 중 내가 오늘 쓰려는 의미의 '애리다'는 에 [아리다]의 남도식 방언이라는 의미의 해석이 함께 있다. '애리다'는 육신이 아플 때도 정신이 아플 때도 사용한다. 한 사람의 정신, 마음 상태에 따라 컨디션이 달라지는 육신의 한 부분이 '위장'이라고들 한다. 그렇다. 나도 그렇다. 늘 느낀다. 정신 상태가 흐릿하거나 혼란스러우면 위장이 아파오고 위장이 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우리 엄마도 그랬다. 늘 '애리다'고 하셨다. "아이고오, 오늘 아침 급하게 한술 뜨고 밭에 나갔더니 날이 좀 썰렁해서 그런지 속이 애리다야." 이는 위장이 쓰리고 아픈 것을 일컫는다. "아이, 마을에 나갔더니 사람들이 그러는디,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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