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빙 온 Moving On
미국
코미디, 드라마
85분
어느 포턴 사이트에서 평점이 무려 10점 만점에 10.00이었다. 안 볼 수가 없었다.
폴 웨이즈 감독
제인 폰다, 릴리 톰린, 말콤 멕도웰, 리처드 라운드트리
청소년 관람 불가
친구가 죽었다. 장례식장에 간다. 또 하나의 죽음을 만들려고 한다. 죽은 친구의 남편을 죽이는 일.
다른 친구 한 명이 장례식장에 등장한다. 둘은 사실 서로를 너무 잘 아는 친구였고 여전히 친구일 수 있으나 거리를 둔다. 주인공이 죽여야 하는 죽은 친구의 남편 때문이다.
친구의 남편을 죽이고자 다짐하는 주인공은 두 번째 결혼까지 실패한 후 혼자다. 첫 남편을 장례식장에서 만난다. 첫 남편이 묻는다
“그때, 이혼을 해야 할 때 왜 그랬소?”
아마 징그럽게 굴었나 보다.
친구가 부추긴다.
“너는 늘 말로만 했어.”
말을 하는 것으로 멈출 수 없는 것이 있다. 사람살이라는 것이 아무리 그러려니 하면서 산다고 하지만 도저히 지울 수 없는 사건이라면 멈출 수 없다. 멈추고 죽어 지내는 것을 죽을 때까지 해낸다는 것은 사실 신의 영역이다.
그야말로 갑, 을, 병, 정으로 이름 올려 살아가는 보통의 삶이다. 계략이라는 것도 마련할 수 없는 소소한 삶의 주인공이다. 내 안의 나를 잠재우면서 살았던 것은 대학 때의 소중했던 친구, 죽은 친구 때문이었다. 그녀가 죽었다. 걸릴 것이 없다. 죽은 그녀의 남편을 향해 돌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대체 죽은 그녀의 남편은 주인공에게 어떤 일을 저질렀을까? 무릎 꿇어 사죄하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골로 가야 한다. 인지상정이다. 영화는 지극히 상식적인 선의 해결을 택했다. 그렇다고 밋밋한 전개라는 것이 아니다. 살아 있는 두 여자의 티격태격, 장례식장에서 만난 첫 남편과의 불타는 하룻밤을 군데군데 끼워 넣어서 자칫 단순해질 수 있는 인간사에 운명을 각인시켰다. 볼 만했다.
까딱, 한 단계만 덜 갔더라도 권선징악에서 머무를 수 있는 내용이었는데 톡톡 제 역할을 다하는 조연들의 인물됨이 생각의 여러 장소를 기웃거리게 했다.
제목 ‘무빙 온 Moving On’은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는 뜻. 시간은 흘러간다는 뜻이다.
시간은 흘러가라고 명명해 놓은 추상적 단어이다. 그 안에서 어떤 이가 찍어놓은 어느 한 점은 또 다른 한 사람에게는 일생을 좌우하는 핵 폭탄이 된다. 남을 미워하면 무덤이 두 개라지만 용서에도 국경선이 있다. 더군다나 죽은 친구의 남편은 부디 살펴달라고도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가야지. 지 발등 지가 찍은 것. 결국 조물주가 벌을 내린다.
생각하건대 가정교육에서 가장 중요하게 해야 할 것이 이것이더라.
"자기 무덤을 팔 일은 하지 말고 살아라."
"Shoot oneself in the fo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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