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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석부석 가을비 내려앉는다
새벽 다섯 시 삼십일 분 그녀는 정확히 예정된 침대 패드 위였다
네 시 삼십 분이면 집을 나섰어야 하는데 굽은 류마티스 앓은 새끼손가락을 받아주는 이 없어 식당 일을 멈췄다
그녀가 눈뜰 시간에 나도 틀림없이 눈을 뜨고 그녀의 샛별 보기를 할 예정이었다
갈 곳 없는 새벽 마른 눈물을 한숨 속에 모아 내뱉으며 그녀는 침대 한쪽에 구부정한 등을 가까스로 세우고 있었다
나는 어긋나버린 그녀의 새벽 문 열기에서 뿌리 뽑힌 열쇠를 얼른 주워 담아 찬장 위로 얹어놓고 돌아와 누웠다
새벽달이 재를 넘어갈 시각 그녀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거실 귀퉁이에 누워 당달 봉사의 눈을 한 채 그녀 부여잡기를 포기했다
현관문 닫힘 소리로 그녀가 떠났음을 확인했다
어이 어어이
일자로 누워 애써 그녀를 외쳐 불렀다
구르는 택시에 올라탔으리라
환승 프로그램이 예정된 첫 버스를 탔으리라
두 시간여
꿈인 듯 생시인 듯 이런저런 외간 소식을 일부러 들으면서
여자를 내 기억 속에서 씻어내고 싶었다
지금은 고요히 내 일상으로 환속한 시각
그녀는 앞으로 줄곧 겪어내야 할 공허를 무찌르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했는데
나는 그녀의 빈 속에 완숙한 공포를 끼얹고 만 것
음력 팔월대보름 꽉 찬 달의 부피가 그녀에게는 짐이었을 거다
종일 짙은 가을을 재촉하는 비 부석부석 내려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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