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일요일이었을 게다. 평소보다 늦은 아침을 이불 속에서 몸을 눕혀 있던 중 폰 검색으로 알게 된 영화이다. '초밥'이라는 낱말이 나를 붙잡았다. '보고 싶은 영화' 목록에 넣어뒀다가 오늘에야 봤다.
인생 성공작의 영화이다. 대체로 자연스럽게 표현한 편이다.
안소니 루세로 감독. 그의 필로그래피에는 이 영화를 포함하여 두 편의 영화만 있다.
친정 아버지와 어린 딸이 있는 여주인공. '후아나'와 아버지는 온갖 일을 하면서 가까스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멕시코 태생. 남미인이 미국 속 일본 문화를 만나 생의 승리를 위하여 뛴다.
아버지는 슈퍼에서 알바를 하고 후아나는 거리에서 과일을 팔았다. 제법 괜찮은 수입으로 만족할 즈음 그녀는 그만 권총을 든 강도를 만난다. 거리의 장사에 한계를 느낀 후아나는 산책 중 발견한 초밥집 설거지 역으로 취직을 한다. 진즉 멕시코 식당에서 근무한 여러 경력을 바탕으로 쉬이 취직할 수도 있었으며 그녀의 '초밥 만들기'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다. 커튼 틈으로 배운 초밥, 초밥 셰프 아키의 관심과 믿음이 합해져서 후아나는 정식 초밥 셰프의 꿈을 키워낸다.
후아나의 초밥을 맛 본 아키는 후아나가 만든 초밥을 식당 메뉴로 쓰면서 공개적인 셰프의 자리에서 후아나가 초밥 요리를 할 수 있게 하지만 전통을 고집하는 사장은 아니다. 야멸차게 개방된 셰프의 자리를 넘볼 수 없다고 선언한다. 분노에 찬 후아나는 식당일을 거둬치고 세차장의 알바로 일한다.
어느 날 아버지가 전해준 우편물로 캘리포니아 초밥왕 지역 선발전에 초대받았음을 알게 되고 이 소식을 들은 아키는 자신이 지닌 칼을 들고와 후아나의 초밥왕 선발전을 후원한다. 전통과 남성우월주의에 여전히 머물러 있는 대회에서 후아나는 1위는 하지 못했지만 전에 근무하던 식당의 일본인 사장으로부터 셰프의 자리를 인정받는다.
자신의 잔에 샤케를 따라주면서 셰프가 된 후아나를 사장은 인정해 준다. 전통에 자신의 개성을 얹은 후아나의 앞날이 펴쳐질 게다.
인간 후아나와 초밥왕 셰프 후아나의 두 길을 적절히 배분하여 찍은 영화이다. 어느 한 쪽을 더 자세하게 보여줬더라면 차라리 더 나을 것인데 싶기도 하나 이 정도도 괜찮다. 가볍게 볼 수 있는 요리 영화. 요리와는 담을 쌓고 사는 나로써는 초밥을 만드는 방법도 제법 익힐 수 있었다.
아버지에게 늘 희망을 주신 어머니가 사용하시던 머플러를 이마에 묶고 대회에 참가한 후안다의 모습이 떠오른다. 한 사람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사람인 것 만으로도 그 삶은 대단한 삶이리라. 나를 돌아봤다. 나는 누구에게 '늘 희망적인'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되고 있을까. 됐음 좋겠다.
이 세상 곳곳은 여전히 남성우월주의이다. 그만해야 한다. '초밥왕 선발대회에 감히 '여자'의 몸으로 참가를 하다니~' 라는 식으로 거친 언어를 내뱉던 심사위원들의 모습이 떠오를다. 혹 후아나가 1위인 것을 점수 조작으로 바꾼 것은 아니었을까.
202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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