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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창작 2

평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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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성? 평행선!

 

평행성!

 

 

취했다. 언니와 함께 마시던 막걸리 한 병을 오늘은 여자 혼자 마셨다. 입을 둘러싼 근육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느껴졌다.

“그 회사 말이야.”

손위 언니가 다니던 회사를 말한다.

 

우리는 오늘 저녁 술을 예약했다. 여자는 막걸리 남자는 소주. 남자가 운동하러 나간다더니 두 종류의 주류를 구매하여 왔다. 막걸리 한 병과 소주 한 병. 남자는 돼지고기를 구워서 저녁 식사와 함께 준비한 술을 마시자고 했다. 냉장 보관된 음식을 어서 해치워야 한다는 생각에 머물러 있던 여자였지만 남자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 점심 식사 때 마저 처리하지 못한 갈치찜을 처리할 참이었다. 남자는 낮에 사 온 돼지고기 전지 살을 이등분하여 썰어놓고서 샤워실로 들어갔다. 오늘 저녁 식사는 돼지고기 전지 살 구이에 막걸리와 소주이다. 남자는 소주, 여자 둘은 막걸리.

 

고기를 굵게 썰어 먹기를 즐겨하는 여자가 남자에게 말했다.

“뉴스를 검색해 보니 그 회사 말이야, 언니 다니던 회사. 주식 상장을 하려 했다가 회장이 갑자기 죽어버리는 바람에 방향을 틀었다더라고. 주식 상장 계획을 멈추고 매각까지 생각하고 있대. 요즘 부쩍 관심을 끄는 종류의 내용을 운영하는 회사인가 봐. 그런데 주식 상장을 하면 값어치가 너무 크게 책정된다고 예상된다는군. 주식 상장을 멈췄대. 증여세가 너무 많이 나올 것 같아서 말이야. 이제는 매각까지 생각하고 있다더라고.”

여자가 말한 내용은 아직 막걸리 한 병의 반도 마시지 않은 상태에서 한 말이었다.

 

몇 분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모습을 보이던 남자가 답했다.

"되는 대로 살아. 이쯤 가지고 있으면 됐어. 뭘, 더 바라나. 자식, 지 직업 있으니 됐고."

남자의 말은 여자의 문장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억지에 가까웠다. 여자가 응답했다.

“나, 그래, 아무것도 몰라. 단지 뉴스 검색을 해 본 것뿐이야. 근데, 왜 그걸 우리 사는 것하고 연결함? 더는 깊이 있게 묻지 마.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그저 언니의 말끝에 뉴스 검색을 해 본 것뿐이야. 더 묻지 말라고. 나는 '가'를 말하는데 왜 '나'를 말함? 느닷없는 자기주장을 하지 말라고. 나는 아무것도 몰라."

"욕심 좀 부리지 말라는 거야."

"알았어. 그만 해! 그저 이쯤에서 그만, 멈추고 싶을 뿐이야.”

 

여자가 떠올려 보니 둘이서 함께 해 온 세월의 거의 모든 대화가 이런 식이었다. 그냥 그렇다는 것이다. 늘 그래왔듯이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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