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글쓰기도 좋아하고 글씨 쓰기도 참 좋아한다. 어설플지언정 즐긴다. 즐기는 맛을 잊을 수 없어 어중간한 솜씨여도 제법 열심히 쓴다.
친구 은희 덕분에 독학 예서를 썼다. 제법 써졌고 또 제법 끊임없이 썼다. 온전한 처녀 시절{?}엔 낮 동안의 절망을 잠들기 전에 쓰는 기도문 한 장으로 달래곤 했다.
기도문이 길었다. 먹을 가는 시간(폼내고 앉아서 명상을 하듯 먹을 가는 시간을 나 혼자 참 즐겼지.)까지 포함해 꽤 되는 시간이 필요했다. 응큼한 기운이 들어앉은 골방에 앉아 책 냄새와 먹 냄새를 맛보면서 보내던 치기어린 시간이 아련히 떠오른다. 생각해보니 꽤 맛있는 시간들이었다.
간판을 꽤 오랜 시간 제작했다. 상업용이 아닌. 내멋대로 떠오르는 문구를 만들고 그럴싸하게 어리숙함을 내뿜는 삽화까지 얹어 제작한 간판들이 제법 된다. 전문가들이 보고 평가할 만한 대열에는 아예 오르지 못할 수준이었으며 그 간판을 보는 사람들 역시 순수 민간인들이었으므로 내 맘대로 즐겁게 제작하여 내걸곤 했다. 덕분에 직딩으로의 내 업무는 제법 순조로웠다.
십여 년이 되었나? '캘리그래피'라는 단어가 회자되기 시작했다. 뭐 늘 보던 간판 글씨이며 여러 모양새로 멋부린 글씨들인 듯싶은데 전문가를 양성하느니 캘리 쓰는 법 강의라니 등의 문장들이 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나대로 써도 될 듯싶었다.
쓰기 시작했다. 내멋대로, 내 맘대로. 예전에 쓰던 예서랄지, 행사 홍보 간판용에 써대던 예서변이체(내가 만든 내 서체)랄지 얼마든지 가능하다 싶었다.
우연히 네이버에서 캘리어(?)들이 모여 움직이는 카페를 발견하였다. 궁금하여 가입했고 몇 번 내멋대로 쓴 글씨를 올렸다. 냉랭했다. 물론 내 글씨가 냉랭체이기도 했겠지. 그 카페는 카페 대장이 올린 연습 글씨들을 열심히 보고 연습해서 올리면 대장이 평가를 해주고 어느 정도 되면 '인증서'를 주는 형식이었다.
나는 내 쓰는 글씨체, 말하자면 '예서변이체'를 그대로 쓸 것이므로 굳이 그 카페 대장의 글씨를 따라 써서 제출하고픈 생각이 없었다. 수십 장 연습해서 대장에게 '통과'를 받을 정도의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탈퇴했다.
그리고 마구 쓴다.
내멋대로, 내 맘대로.
여전히 내 글씨들은 간판 글씨로도 이용되고 가끔 글씨 초짜들에게 써 올려 어중간한 칭찬도 듣는다. 뭐 어떠냐.
뭐, 어떤지요? 내 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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