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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그것인디 그것이 그것인디.   쉬고 있다. 느지막하게 일어났다. 새벽녘 눈이 떠져서 몇 분 인스타그램 여행하기로 시간을 보내고는 다시 잠들었나 보다. 아마 아홉 시 혹은 열 시는 되었으려니 생각했는데 아직 여덟 시대였다. 여덟 시 삼십오 분! 야호? 이런 것을, 빨리 눈을 뜨고 하루를 시작한다는 기쁨이 이렇게 큰 것을 어쩌자고 쉬는 날이면 꼼지락대고 있었는지. 그런데도 상체만 이불 속에서 꺼내고서 인스타그램에서 놀기를 삼십여 분 더 했다. 몸 전체를 수직으로 세우지 못한 이유에 합당한 내용을 달기 위해 수첩을 꺼내어 모닝 빵에 어울리는 수프 레시피를 적어뒀다.  그래, 오늘부터는 수첩을 마련하여 음식 레시피라도 적어두자. 겨울, 유튜브를 보고서 몇 음식을 내처 했더니 굳이 복잡하고 어렵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 더보기
티미하다 티미하다. “공부해라, 공부해. 공부를 해사(해야) 밥 먹고 산다.”일평생 자식 여덟을 교육하고자 사신 나의 부모님. 특히 내 어머니가 사신 생은 자기 생을 단 한 푼도 사시지 않았다. 그녀가 늘 그랬다.“아무리 티미해도 해 싸먼(대면) 못 할 일이 없어야. 안 될 일이 없어. 으짜든지 책을 읽어라. 으짜든지 니(너의) 생각을 쓰고 말하고 살 수 있게 해라.” 눈 떠서 자식을 만나면 하는 말이 이랬다. 그녀는 뒷마을 절의 스님이 동냥을 오시게 하여 두 손 가슴 앞으로 모아 빌고, 빌고 또 빈 내용이 자식들이 공부 잘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었을 거다. 나 어릴 적 우리 집에는 늘 이웃집 스님(‘중’이라고도 했다.) ‘동냥’을 오셨다. ‘동냥’은 승려가 시주(施主)를 얻으려고 돌아다니는 일이다. 또는 그.. 더보기
약신 먹어라 약신 먹어라!  체구가 무척 작았다. 어렸을 적부터 쭉! 여전히 그렇다. 작고 적은 체구에 걸맞게 먹는 것도 늘 부실했다. 차려진 음식이 아무리 진수성찬이라 하더라도 분별하지 않았다. 혀가 움직이지 않았다. 혀에 자리잡은 '맛'에 대한 감각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사실 입이, 혀에 자리답은 미각세포가 문제였다. 눈 앞에 현란한 색상의 음식이 차려져 있어도 그다지 먹고 싶다는 생각이 없었다. 내 의식이, 내가 사람이라는 것을 파악한 이후 줄곧 그랬다. 어머니의 배 속에 잉태된 순간 하늘로부터 정해진 운명이었으리라. 분명하다. 차려진 음식을 보고도 꿀꺽꿀꺽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누군가 내게 퍼부은 문장 그대로 '맛을 떠올리지 못하는 것은, 한 마디로 '병'이다.'였다. 내가 그랬다. 지금도 그렇다.. 더보기
희생이 없는 명예는 없다 희생이 없는 명예는 없다.   잘 안다. 잘 아는데, 글쎄, 선뜻 재빨리 동의하기에는 또, 영 아쉽다. 꼭, 희생해야 하나. 희생이라면 본인의 생을 일단 버려야 한다는 것인데 그것이 명예로 이어진들 어찌 온전한 것일까. '희생 犧牲'은 사전적으로 다른 사람이나 어떤 목적을 위하여 자신의 목숨, 재산, 명예, 이익 따위를 바치거나 버림. 또는 그것을 빼앗김을 말한다. 흔히 '희생을 무릅쓰고' 어떤 일을 해냈다고들 한다. 인위적인 사고나 자연재해 등으로 애석하게 목숨을 잃은 것도 희생이다. 이때 희생 곁에는 '피해'가 함께한다.  '천지신명이시여, 조물주여, 신이시여' 등을 외치면서 인간 세계 밖, 혹은 그 언저리에 제사 따위를 지낼 때 제물로 바치는, 산 짐승. 주로 소, 양, 돼지 따위를 바치는 것도 희.. 더보기
늙은 화두 늙은 화두 오늘의 화두는'늙어서 미안하다.'    오늘의 화두였다. 무엇을, 더, 어찌하랴! '참담했다' 고 하면 잊을 수 있을까? 그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내 헐건 육신 저 아래, 꾸깃꾸깃 꼬불쳐서 꾹꾹 눌러 박아 놓았다. 부디 발효되지는 말기를 간절히 빌었다. 늙어서 미안하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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