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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내 어머니의 언어

티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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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미하다.

'멍청하다'로 검색했다니 단 한 장, 이 사진이 올라왔다. 왜? - 픽사베이에서 가져옴

 

“공부해라, 공부해. 공부를 해사(해야) 밥 먹고 산다.”

일평생 자식 여덟을 교육하고자 사신 나의 부모님. 특히 내 어머니가 사신 생은 자기 생을 단 한 푼도 사시지 않았다.

 

그녀가 늘 그랬다.

“아무리 티미해도 해 싸먼(대면) 못 할 일이 없어야. 안 될 일이 없어. 으짜든지 책을 읽어라. 으짜든지 니(너의) 생각을 쓰고 말하고 살 수 있게 해라.”

눈 떠서 자식을 만나면 하는 말이 이랬다. 그녀는 뒷마을 절의 스님이 동냥을 오시게 하여 두 손 가슴 앞으로 모아 빌고, 빌고 또 빈 내용이 자식들이 공부 잘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었을 거다.

 

나 어릴 적 우리 집에는 늘 이웃집 스님(‘중’이라고도 했다.) ‘동냥’을 오셨다. ‘동냥’은 승려가 시주(施主)를 얻으려고 돌아다니는 일이다. 또는 그렇게 얻은 곡식을 말한다. 어느 날 낯이 익은 스님이 나 혼자 토방에 나와 앉아있는 내게 말씀하셨다. 스님은 비구니셨던 듯!

“어이쿠. 이 집 막내딸이지요? 저번에 할머니하고 우리 절에 한 번 왔지요? 기억나네요. 어느 날, 우리 절에 오신 어머니가 그러셨어요. 우리 막내딸 생일이어서 왔다고요. 어머니가 그러셨어요. ‘앞뒤 꼭지 삼천리’라고. 머리 빵빵해서 티미하지는 않은 것 같다고요. 일심(한마음) 다져서 공부를 열심히 하게 해달라고요. 정말로 공부 잘하게 생겼네요. 이렇게 낳아주신 부모님께 감사하세요. 잘 있어요.”

그날 스님은 내가 타고난 ‘팔자’도 말씀하셨다. 이에 관한 이야기는 하나의 글로 써 보리라.

 

‘티미하다’는 형용사 ‘투미하다’의 방언이란다. 형용사 ‘어리석다’와 같은 뜻이라는데 우리 엄마가 내게 사용하신 이유는 ‘멍청하다’와 일맥상통하리라. 쉽게 말해서 공부할 수 있는 두뇌가 부족하다는 것이리라. ‘생각이 모자라고 둔하다’에 연결되겠다. 유사어로 ‘알매하다’, ‘암매하다’, ‘우매하다’. ‘우몽하다’, ‘치매하다’도 들먹여진다. ‘알매하다’, ‘암매하다’는 낯설다.

 

 


오전 내내 화분에 물 주기를 했다. 연휴 내내 책을 좀 읽으려니 했더니 행사가 있단다. 다녀가라고 한다.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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