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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하루 공개

희생이 없는 명예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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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이 없는 명예는 없다.

 

촛불의 미학, 희생과 명예의 상징이랄 수 있을까. 아니다. 촛불은 결코 명예를 바라지 않는다. 나도 그렇다. 그러나~  - 픽사베이에서 가져옴.

 

 

잘 안다. 잘 아는데, 글쎄, 선뜻 재빨리 동의하기에는 또, 영 아쉽다. 꼭, 희생해야 하나. 희생이라면 본인의 생을 일단 버려야 한다는 것인데 그것이 명예로 이어진들 어찌 온전한 것일까.

 

'희생 犧牲'은 사전적으로 다른 사람이나 어떤 목적을 위하여 자신의 목숨, 재산, 명예, 이익 따위를 바치거나 버림. 또는 그것을 빼앗김을 말한다. 흔히 '희생을 무릅쓰고' 어떤 일을 해냈다고들 한다. 인위적인 사고나 자연재해 등으로 애석하게 목숨을 잃은 것도 희생이다. 이때 희생 곁에는 '피해'가 함께한다. 

 

'천지신명이시여, 조물주여, 신이시여' 등을 외치면서 인간 세계 밖, 혹은 그 언저리에 제사 따위를 지낼 때 제물로 바치는, 산 짐승. 주로 소, 양, 돼지 따위를 바치는 것도 희생이다. 각 개인에게 오리라고 예상되는 재앙을 어떻게 해서든 피해 보고자 미리 숫양 혹은 송아지 등의 목숨을 바치는 것도 희생이다. 인간 자신에게 오는 검푸른 재앙을 대신하여 동물의 피를 헌시하는 것이다. 

 

하여 '희생자 犧牲者'가 있다. 희생을 당한 사람이다. 사고나 자연재해 따위로 애석하게 목숨을 잃은 사람을 말하는가 하면 자기 생의 일면 혹은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닌 물질 혹은 정신을 헌납하는 이가 희생자이다.

 

일터 도서관에서 천명관의 소설 '고래'를 대여받아 퇴근하면서 문득 생각이 난 문장이다. 책은 제목이며 작가이며 표지 등 모든 것이 낯이 익다. 오래전 읽었던 듯싶다. 분명히 읽었다. 한데, 저언혀 스토리가 기억나지 않는다. 단 한 줄 인상적이었을 문장도 떠오르지 않는다. 주인공도 물론 기억에 없다. 공간적 배경이며 시간적 배경도 연관되어 떠오르지를 않는다. 어렴풋이 나의 맘을 동하게 했던, 이상한 세상의 이야기였다는 생각이 든다.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명작'으로 떠도는 소문은 그저 소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어찌 잘 알아서 책을 읽곤 한다. 이 책도 그중 하나이다. 사실 내 책장 어딘가에도 분명 꽂혀있을 것이 분명하다. 왜 새삼 이 책을 대여했는가? 최근 이 소설을 어느 문학평론가의 입에서 전해 들었다. 매년 들먹여지는 소설 중 하나라는 인식이 내게 뿌리 박혀 있다. 일부러, 소위 스포가 될 만한 내용에는 눈과 귀와 마음을 닫았다. 작가 '천명관'. 그에 대해서도 아무런 기억이 없다. 왜 이럴까.

 

이것은 분명 내 생 대부분을 어떤 것, 어떤 사람, 어떤 시공간에 내주었다는 것이다. 어느 부분의 희생일까. 어떤 부분이든지 내가 살아온 과거의 생, 한 조각이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은 또, 과연 어떤 뜻일까. 지금 내게 남은 것은 돈도 명예도 사랑도 아닌데 말이다. 내게는 남아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대체 이것을 무엇을 말하는가. '희생'만 있고 '명예'는 전혀 없다는 생각이 불쑥 들면서 떠올린 문장.

 

문득, 저 위에서 말한 거창한 '희생'이 아니더라도 나 역시 뭔가를 위해 내 생을 '희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소설 '고래'를 손에 들고서도 분명 무척 감명 깊게 읽었다는 기억을 지니고 있는데 내 뇌세포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을 만큼 되어버린 나. 무담시 이렇게 된 것이라고 하기에는 억울하다.

 

'명예'라는 것이 무엇일까. 나 같은 서민에게는 더더욱, '명예'라는 낱말이 참 어쭙잖게 들린다. 원거리 아득한 마당 저 끝에 서면 내가 다한 것들에 대한 명예를 챙길 수 있을까. 구체적인 경우를 떠올린다면 어떤 경우가 가능한 것일까. 직책? 그저 직책으로 인해 명예를 얻는다면 그것은 슬픈 피상이다. 그런 재미없는 세상을 누가 살려고 덤비겠는가. 어쨌든 한때 일 년 365권을 꼭 넘겨서 읽어내던 내 아름다운 풍습은 어찌 이렇게 쉽게 사라졌는지, 독서 습관을 다시 데려오리라고 굳게 다짐하면서 문장 하나에 대해 깊이 생각해 봤다. 

 

내일은 금요일이다. 집에 돌아와서야 '연휴'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았다.

'좀 쉬고 싶어. 혼자서 가, 제발!'

이라는 문장이 내 목구멍 최상단에 얹혀 있다. 

 

연휴에는 소설 "고래"를 완독하리라.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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