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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내 어머니의 언어

따바리 / 또아리 / 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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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바리 / 또아리 / 똬리

따바리 / 또아리 / 똬리

 

"아이, 따바리 어딨냐?, 언능아, 또아리이, 또아리 잔 가져와라야?"

엄마는 폭삭 너비를 넓힌 해진 몸빼 차림을 촌뜨기 차림으로 변신한 불쌍한 공주의 모양새로 있었다. 키를 반으로, 반쯤 무릎을 접어 앉아 계셨다. 두 눈빛을 지그시 어느 한 점에 질주시켜 한 곳으로 모으고 땅바닥 가까이 주저앉은 채로 사람을 불렀다. 무궁무진한, 진지한 자세였다. 땅이건 혹은 하늘이건 가능하면 온 대지에 자신의 정성을 다 바치겠다는 다짐을 모은 눈빛이었다. 헐대로 다 헌 엄마의 무릎 앞에는 엄마의 육신 두세 배 혹은 대여섯 배까지 짐작되는 항아리나 뭔가 가득 담긴 양푼이나 사각통이 놓여 있었다. 곧 앞에 놓인 그 커다란 덩치를 머리에 이고 어떤 목적지를 향해 이동할 참이셨다.

 

"엄마, 잔 조금씩 이고 다녀."

"내가 할 만하니까 하지야. 걱정 말어야!"

"자, 놨어. 올려봐요. 으짜요?"

조심스레 덩치를 머리에 인 후 엄마는 머리통 전체를 튼튼하게 받치고 있는 몸뚱이에 의지해서 이리저리 조심스레 움직이곤 했다. 바로 일어서지는 못했다. 엄마는 씨름 선수는 아니셨다. 인 짐이 무지막지하게 무거운 것은 당연했고 이 무거움을 되도록 가볍게 느껴지지 않으면 따바리 놓는 방법의 수정을 요구해 왔다. 진중하게!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씀하셨다.

"아이, 정성 들여서 해야. 잔 따바리를 이삐게 좀 놔야. 머리통 한가운데 점을 짐작해 봐야. 딱 짚어서 얹이란 말다. 제대로 잔 짚어봐야. 머리가 잔 안 배기게 해야지야."

물론 두세 번의 수정은 요구하지 않았다. 내 어설픈 솜씨를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였다. 나는 도대체 우리 엄마 머리통의 중심점이 어디인지를 파악할 수 없었다. 도무지 짐작도 되지 않았다. 우리 엄마 머리통은 공모양에 분명 가까웠으나 완성형이면서 수학 공식을 따르는 구는 아니었다는 거다.

 

내 엄마를 닮아 나도 그렇다. 내 성질에 지금은 머리에 이고 질 일이 없어 다행이다. 나는 항아리를 머리에 이고 움직일 수 없었을 거다. 이제 내 머리통 위에 따라리를, 똬리를, 또아리를 제대로 얹어줄 이도 없으니~

 

그 무거운 동이들을 머리에 이고 사셨던 우리 엄마. 나는 우리 엄마 그런 이동이 있었던 날이면, 우리 엄마 잠든 새 삐쭉빼빼쬭 도깨비방망이가 숨어들어온 방을 휘젓고 다니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밤새 두세 번은 꼭, 우리 엄마 온전히 잠들어 계시는지 확인하느라 일어나곤 했다. 

 

그리고 다음 날 눈을 뜨면 나는 다짐했다.

'내가 얼릉 커서 무거운 것은 우리 엄마 대신해서 머리에 이고 다녀야지.'

 


 

<표준국어대사전>

 

따바리

- "또아리"의 전라도 사투리

- 옛날 무거운(가볍더라도~) 물건을 머리에 일 때, 물건의 중심을 잡고 머리에 직접 닿지 않게 하려고 머리 위에 올려놓는 기구. 머리에 물건을 일 때 받치는 또아리

- 짚을 말아서 만들기도 하고 베를 감아 말아서 만들기도 함.

- 이 모양이 뱀이 또아리 틀고 있는 모양과 비슷하여 이름을 또아리라고 함.

 

또아리 2

명사

- '똬리'의 비표준어.

- 똬리 : 물동이와 머리 사이에 고이는 둥근 물체로 완충 역할을 해줌

- ‘또아리’는 ‘똬리’의 본말이지만 이제는 잘 쓰이지 않는다고 보아 준말인 ‘똬리’만을 표준어로 인정하고 ‘또아리’는 표준어로 인정하지 않는다.

- <표준어 규정> 제2장 제3절 제14항

* “준말이 널리 쓰이고 본말이 잘 쓰이지 않는 경우에는 준말만을 표준어로 삼는다.”

- 라고 하여 이론적으로만 존재하는, 또는 사전에서만 밝혀져 있을 뿐 현실 언어에서는 전혀 또는 거의 쓰이지 않게 된 본말을 표준어에서 제거하고 상대적으로 널리 쓰이는 준말만을 표준어로 삼도록 규정하고 있다.

- 또배기- 또아리의 충청북도 사투리입니다.

- 따발 : 또아리(똬리)의 함경도 사투리. 짐을 일 때 머리에 받치는 고리 모양의 둥근 물건(짚이나 천으로 틀어서 만듦)

 

* 머리에서 따바리가 빠져서 머리가 배긴다

 

cf : 따바리 : 따발총. 구소련제 기관단총.

 

 

- 갈큇발의 다른 끝을 모아 휘감아 잡아맨 부분.

 

- 또아리 샅[눈] 가린다

 

* 가린다고 가렸으나 가장 요긴한 데를 가리지 못했음을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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