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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개안하다 2 개안하다 2.  커다란 일이 한 가지 터졌다. 일의 책임은 그 일을 저지른 한 사람에게 있었다. 당사자만 마음 돌리고 사죄하면 되는 일이었다. 이미 마음을 먹었다는, 자기가 저지른 일 자기가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고 했다. '텅' 소리에 놀라 저쪽을 보니 또 다른 방향에서 저지른 일이 있었다. 같은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또 하나의 일. 사건이 복잡해졌다. 조직도를 그리기에도 민망할 만큼 여기저기에서 서너 가지, 불쑥불쑥 터져 나왔다. 일터 내 일 아래 관련된 일이었다. 내가 나서야 했다. 쏜살같이 나아가 부지런히 뛰었다. 복잡함 뒤에 숨어있던 단순함이라는 녀석이 온몸을 쑥 내밀고 나와 변명을 한다. 우선 자기 몸을 사리느라 바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저 변명에 불과한 듯싶었지만 한편.. 더보기
배지 배지  가끔, 아주 가끔 나와 같이 사는 남자는 이렇게 말했다.“와우, 배지가 부르네.”‘배지’라! ‘배지’라니, ‘배지’가 뭐지? 남도 삼도의 경계선 지점을 고향으로 둔 남자와의 언어 소통은 연예 기간에는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 한데, 한 해, 두 해 같이 사는 기간이 늘어나면서 문제가 생겼다. ‘고향’이라면 ‘환장(?)’을 하는 남자의 언어가 낯설고 생소해지기 시작했다. 고향 쪽에서, 고향을 염두에 두고, 고향 사람과 만나는 지점에서 하는 언어 말이다. 그중 한 낱말이 ‘배지’이다. 그는 이 낱말을 꼭 자기 고향에 함께 갈 때면 사용했다. 온 집안의 ‘집사’ 역할이 자기 생의 의무라고 여기고 사는 남자는 고향에서 먹는 자기네 전통 음식을 마음껏 먹고 마신 후 꼭 이 낱말을 사용하여 문장을 만들고 발.. 더보기
티미하다 티미하다. “공부해라, 공부해. 공부를 해사(해야) 밥 먹고 산다.”일평생 자식 여덟을 교육하고자 사신 나의 부모님. 특히 내 어머니가 사신 생은 자기 생을 단 한 푼도 사시지 않았다. 그녀가 늘 그랬다.“아무리 티미해도 해 싸먼(대면) 못 할 일이 없어야. 안 될 일이 없어. 으짜든지 책을 읽어라. 으짜든지 니(너의) 생각을 쓰고 말하고 살 수 있게 해라.” 눈 떠서 자식을 만나면 하는 말이 이랬다. 그녀는 뒷마을 절의 스님이 동냥을 오시게 하여 두 손 가슴 앞으로 모아 빌고, 빌고 또 빈 내용이 자식들이 공부 잘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었을 거다. 나 어릴 적 우리 집에는 늘 이웃집 스님(‘중’이라고도 했다.) ‘동냥’을 오셨다. ‘동냥’은 승려가 시주(施主)를 얻으려고 돌아다니는 일이다. 또는 그.. 더보기
약신 먹어라 약신 먹어라!  체구가 무척 작았다. 어렸을 적부터 쭉! 여전히 그렇다. 작고 적은 체구에 걸맞게 먹는 것도 늘 부실했다. 차려진 음식이 아무리 진수성찬이라 하더라도 분별하지 않았다. 혀가 움직이지 않았다. 혀에 자리잡은 '맛'에 대한 감각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사실 입이, 혀에 자리답은 미각세포가 문제였다. 눈 앞에 현란한 색상의 음식이 차려져 있어도 그다지 먹고 싶다는 생각이 없었다. 내 의식이, 내가 사람이라는 것을 파악한 이후 줄곧 그랬다. 어머니의 배 속에 잉태된 순간 하늘로부터 정해진 운명이었으리라. 분명하다. 차려진 음식을 보고도 꿀꺽꿀꺽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누군가 내게 퍼부은 문장 그대로 '맛을 떠올리지 못하는 것은, 한 마디로 '병'이다.'였다. 내가 그랬다. 지금도 그렇다.. 더보기
영수 회담과 모두발언 영수 회담과 모두발언   우연히, 어젯밤 우연히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영수 회담이 있었다는 뉴스를 읽었다. 사실은 제목과 소제목만 봤다. ㅋ.  우리나라 정치 현장과 담을 쌓은 것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하나, 하도 자주 플랫폼 뉴스에 오르락내리락하길래, 영원히 '안녕'을 하면서 살 것 같았는데(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날 것 같았는데~) 만났다길래, 순전히 재미 삼아 읽었다.  아침 녘부터 노트북을 통해서 관련 뉴스를 검색해서 듣고 있는 사람이 있어 지나가는 투로 내가 말했다.“만났다며?”“뭐?”“당신 나라 대통령하고 당신 나라 야동 대표하고~”“그래, 만났어. 궁금해?”“아니, 전혀~. 말할 것 없어.” 남자가 말을 이었다. 관심이 가는 것은 흔히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들을 뉴스에서 읽을 수 있어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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