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내 어머니의 언어 썸네일형 리스트형 뜽컬 뜽컬- 아래 사진은 픽사베이에서 가져왔다. 사월 중순에도 눈이 내렸다는 소식을 들어서인가. 사시사철 냉한 몸을 지니고 사는 나의 몸이 즉각 반응했다. 이번 주는 춥다.베란다 햇살 바라기로 비타민 d를 섭취하는 것을 하지 못했다.'분명 맞다. 이것도 신경성이다. 지난주까지 괜찮았는데 어찌 또~, 눈 소식에 바로 동하나.' 내 몸이 드러내는 병증을 안고 병원을 찾을 때면 의사 선생님들이 늘 그러셨다."신경성입니다. 우선 스트레스를 무찌르십시오."'참내, 어찌 스트레스를 무찔러? 북한 인민군이 들이닥친 것도 아니고~' 어젯밤에는 결국 늦은 밤에 독서한답시고 거실에 있다가 난방을 켰다. 문득 생각나는 낱말이 있었으니 '뜽컬'이었다. 뜽컬은 남도 사투리이다. 줄기를 잘라낸 나무의 밑동을 말한다. 표준어는 '등.. 더보기 땡깡 부리지 말아라 땡깡 부리지 말아라. 땡깡 좀 부리지 말어라이. 못마땅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생각되면 나는 입을 닫았다.아닌 것은 아닌 것이라고 여겨지면 일체 말을 하지 않았다.몇 날 며칠 할 것 없이 의도적인 실어증 환자로 살았다.그 고지불통의 막내딸을 엄마는 알았다.일상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우리 엄마는 그냥 잊고 살아야 했으리라. 잊어버렸는데,생각을 꺼내어 도리질을 해 볼 시간도 없었는데 여태껏 입을 닫고 있다는 사실을 바로 손위 언니로부터 전해 들으면 내게 말씀하셨다."너는 참 요상하게 그런다이. 그렇게 말문 닫는 버릇으로 땡깡 좀 부리지 말어야. 뭔 말을 해야 할 것 아니냐. 너 그래봤자 니 팔자만 우그러드는 법이어야."괜히 심술부리지 말라는 것이었으리라. 최근 그런 생각이 드는 날이 있었다.'내 남은 생.. 더보기 건덕꿀로 살지 말아라 건덕꿀로 살지 말아라. 늘 맹한 눈빛의 모양새로 사는 모습인 막내딸이 우리 엄마는 걱정이셨다.특히 일상의 일에, 밥 해서 먹고 반찬 만들어서 먹는 것에 통 관심을 보이지 않으니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라고 남자 잘 만나 시집 잘 가는 것이 딸 잘 키우는 것이라 여겼을 우리 엄마. 사람들에게 성근지게 말 한마디 먼저 건네지 못하는 생활이며 금방 가르쳐준 집안일에도 풀썩 뛰어들어 해내려 하지 않는 것에 가끔 화가 나기도 하시곤 했다. "으째 그렇게 건덕꿀로 사냐. 뭘 좀 해봐사제 통 관심을 안 보이고~, 그렇게 살아서 어디 시집이라도 가겄냐?"'근께 엄마, 나는 시집 안 갈 것인디~' 물론 생각뿐이었다.굳이 말대꾸를 하지 않아도 우리 엄마는 나를 충분히 알고 계시리라고~ 이런 상황을 떠올리면서 소위 결혼 적.. 더보기 꼬실꼬실하다 꼬실꼬실하다.- 에서 '꼬실꼬실하다'는 '고슬고슬하다'의 방언으로 검색된다. 이 글에는 남도 방언을 그대로 사용한다. 아마 오늘 같은 날이었을 게다. 사람 살기에 참 좋은 날. 과학적으로는 사람의 체온이 마중 나가고 싶어 하는 기온. 사람의 눈이 만나 말끔하게 자기 상태를 점검하여 세척하고 싶어지는 건강한 조도의 볕. 온몸이 원시의 천으로 자신의 덩어리 외형을 감싸고서 휑한 곳이라도 좋으니 나앉아 선탠을 하고 싶을 정도로 건강한 습도를 갖춘 날. 그런 날이 오늘. 이런 날이면 우리 엄마는 꼭 빨래를 했다. 긴 겨울을 날 수 있는 이불 빨래. 가난의 이불은 계절을 달리하지 않았다. 아마 한여름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날을 덮었을 이불. 이전 해 겨울의 시작부터 올 가을의 끝까지 사용했을 이불. 말하자면 .. 더보기 지앙부리지 말아라 지앙부리지 말아라. 갈수록 사는 것이 힘들어진다. 당연하다. 세상에나 이 나이에 힘들다니. 세상살이 힘든 것에 무슨 나이며 때가 있으랴마는 내 나이를 생각하니 한편 슬퍼지기도 한다. 가끔, 차라리 무슨 지앙 부리 기라도 하고 살 것을 하는 생각도 든다. 삶이 무던하고 재미없었다는 것. 교육 덕분이리라. 우리 엄마 늘 그러셨다. 오직 현모양처의 전형으로 사신 우리 엄마."으짜든지 지앙부리지 말고 살아사 쓴다.""무슨 지앙?" 대농의 막내딸로 산 나는 궁핍 속의 풍요를 살았다. 모두가 못 살던 때를 살았으므로 궁핍의 시절이었다. 그중 그래도 교육을 받았으니 풍요로웠다. 지앙부릴 일이 없었다. 한국인의 표준을 살았다. 조용히, 고요히! 그러므로 그럭저럭! 하여 지금 생각해 보면 무지 재미없는 생이었다. '내.. 더보기 이전 1 2 3 4 ··· 1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