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
- 오랜만에 독서 리뷰를 써보고 싶게 한 책이다. 고맙다.
독서. 오직 책이어야만 산다고 생각했던 세월이 있었다. 제법 까마득해져 간다. 참 슬픈 일이다. 언젠가 인터넷 플랫폼 '다음'의 '브런치 글쓰기'에 마음을 뺏긴 적이 있다. 그곳에서 몇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곳에서 만난 글이 담긴 책을 일터 도서관에서 발견했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가깝게 느껴졌다. 책 한 권을 빨리 읽어버리고도 싶었다. 책 읽기를 위한 충전의 방법으로 택한 책이기도 하다. 책 읽기에 다시 정을 붙이자.
서점이 없는 마을은 마을이 아니다.
스스로 마을이라 부를 수는 있겠지만
영혼까지 속일 수는 없다는 것을 자신도 알 것이다.
- 닐 게이먼(소설가)
속표지를 펼치면 위의 문구가 있다. 나는 닐 게이먼을 모른다고 생각했다. 가까이 있었다. 너무 가까운 사람이었다. 런던 타임스에서 그를 말한 문구가 있다.
'당신이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가장 유명한 작가' 그는 배트맨, 샌드맨 등 국제적인 찬사를 받은 만화 작가였다. 현존하는 10대 포스트모던 작가이자 판타지 작가였다. 작가, 그래픽 노블 작가, 각본가, 성우, 시인, 교수 등의 타이틀에 그가 쓴 작품들의 장르는 판타지에 호러, SF, 다크 판타지와 코미디 등 끝이 없었다. 나는 그만 이 훌륭한 작가의 글을 처음 부분에 떡하니 올린 이 책에 관심이 쏟아졌다.
나도 그랬다. 책이 없는 집은 집이 아니다. 무던히도 책을 강조당하는 삶을 살아왔다. 일자무식에 가까워야 할 성장기의 집안이었는데 그 상황을 어떻게 멋지게 활용했는지 우리 아버지는 내게 한자를 척척 가르치셨다. 국졸의 양반이 말이다. 국졸도 제대로 된 국졸일까 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아버지가 해주시지 않은 아버지의 인생을 나는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다. 아마 반국졸일지도 모른다.
아버지는 커다란 부피와 중후한 무게의 한자사전을 가지고 계셨다. 한자를 참 많이 아셨다. 나는 사실 아버지가 쓰시던 한자 사전을 아버지의 유물로 간직하려니 했다. 결국 아끼고 또 아끼며 모시는, 아버지가 살던 집에 그대로 사는 오빠를 위해 가져오지는 않았다. 아버지는 말씀도 참 잘하시고 글도 참 잘 쓰셨다. 마을 아니 읍내에서도 아버지는 문장가에 가까운 위력을 지니셨다고 나는 기억한다. 순전히 내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말이다. 그 아버지는 내 어린 시절 늘 내게, 우리 형제자매에게 책을 강조하셨다. 책을 읽어라. 책을 읽어야 산다. 공부를 해야 산다. 나는 일찌감치 철저히 세뇌되었다.
내가 내 자식을 키우면서 나는 또 집요하게 내 아이에게 책을 강요했다. 심지어, 무엄하게, 황당하게, 그리고 당당하게 초등학교 시절에는 책만 읽으면 된다고 강요하였다. 문제집 한번 풀리지 않았다. 내 아이는 초등 3학년 시절에 박경리의 토지 23(?)권 세트를 읽었다. 그것을, 그 나이에 제대로 읽었겠는가. 빤히 알면서도 나는 뿌듯했다. 아마 내 아이는 투덜투덜 제 생을 아파했을 것이다. 내가 반성에 또 반성을 하면서 책이 전부가 아니며 공부가 전부가 아니며 성적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가련한 것. 내 생을 돌아보면서 나는 요즈음 자주 내게 외친다.
'바보, 바보, 바보, 바보. 나는 바보다.'
살아보니 그렇더라.
'나를 봐도, 내가 아는 지인들을 봐도 내 이웃들을 봐도, 그리고 내 남자의 지인들을 봐도, 아, 그리고 또 내 아이의 지인들을 봐도 그렇더라니. 공부가 전부가 아니더라, 절대로!'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또 나의 생각에 반란을 일으켰다. 책이 전부이더라. 사실 생은 책이 전부이더라. 왜? 책 속 휴남동 서점에 와 보니 책으로 인해서 행복하고 책으로 인해서 휴식의 공간이 가능하고 책으로 인해 각자 생을 재조립해 가면서 살아내더라. 정말로 가볍게, 아주 가뿐한 걸음과 호흡으로 이 책을 읽어냈다. 책이 있는 집은 마침내 행복하다고 외치고 싶었다. 나 또한 책을 가까이할 수 있는 생이어서 그래도 이렇게 따박따박 월급을 받을 수 있는, 소위 '전문직'이지 않은가. 이제 우리 집은 책을 버리는 것이 문제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나는 책을 읽으면, 나의 마음을 잠시 임대해 가 버리곤 하는 책을 읽고 나면, 꼭 그 책 속에 삽입된 또 다른 책이나 영화, 그림, 음악, 스포츠 등 문화예술 분야의 새 정보를 챙긴다. 그중 몇은 꼭 읽거나 보거나 듣거나 한다. 오늘, 이 책 속에 소개된 음악과 영화와 책들을 옮겨 적으면서 독서 리뷰를 닫으려고 한다. 이 책,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의 내용은 위에 소개한 소설가 닐 게이먼의 문장에 모두 담겨있다. 휴남동 서점을 살고 있는 서점 주인과 바리스타와 소설가와 대학을 거부한 학생과 원두커피를 제공하는 사장님과 뜨개질로 생의 피로를 다스리는 그녀 등이 모두 나이기도 하다.
* 휴남서점의 주인장이 책을 선별하는 기준 : 책 속에서 가져온 문장들
- 객관적인 시선
객관적인 시선으로 책을 바라보자. 내가 '좋아하는 책'이 아닌 손님에게 '좋을 책'을 추천하려면 객관적인 시선이 필요하다.
- 질문
책을 추천하기 전에 먼저 손님에게 물어보자. '최근에 어떤 책을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은요?' '평소에 어떤 장르 책을 주로 읽으시는데요?' '요즘에 주로 하는 생각은?' '좋아하는 작가는?'
* 휴남서점 주인장이 말하는 좋은 책의 기준
- 삶에 관해 말하는 책, 그냥 말하는 게 아니라 깊이 있는 시선으로 진솔하게 말하는 책
- 삶을 이해한 작가가 쓴 책, 삶을 이해한 작가가 엄마와 딸에 관해 쓴 책, 인간에 관해 쓴 책, 작가의 깊은 이해가 독자의 마음을 건드린다면, 그 건드림이 독자가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면, 그게 좋은 책 아닐까.
어떤 책은 읽고 어떤 책은 아니다. 어떤 영화(필름류 모두)는 보고 <리틀 포레스트>는 아직 못 봤다. 킨의 앨범도 듣지 아니한 듯싶다. 어서 들어볼 참이다. 어서 읽어볼 참이다. 까마득한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책 속 삽입된 영화와 책과 음악을 옮겨 적어 봤다. 작가의 이력도 재미있다.
<카모메 식당 >
< 리틀 포레스트 >
<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 >
< 태풍이 지나가고 >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 호프스 앤드 피어스 Hopes And fears > 영국 그룹 킨 Keane의 앨범
『 고슴도치의 우아함 』 뮈리엘 바리베리
『 호밀밭의 파수꾼 』 J. D. 샐린저
『 에이미와 이저벨 』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 하얀 거탑 』 야마사키 도요코
『 비밀의 숲 』 조승우 등이 출연한 드라마를 말하나 보다. 그럴까?
『 옳고 그름 』 죠슈아 그린
『 빛의 호위 』 조해진
『 세계사 편력 』 네루
『 너무 한낮의 연예 』 김금희 단편
『 쇼코의 미소 』 최은영
『 파우스트 』 괴테
『 일하지 않을 권리 』 데이비드 프레인
『 저녁의 해후 』 박완서
『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 데미안 』 H. 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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