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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창작

소년 1 - 왜 이렇게 불안해 보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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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1 - 왜 이렇게 불안해 보이니.

 

 

 

소년 1

 

 

가볍게 이젤에 놓인 드로잉북에 연필이 가 몸을 세웠다.

연필이 움직이라는 대로 죽죽죽 죽죽죽 선을 그어 그렸다. 

 

'소년 1'이라고 명명하였다. 

뭐, 그림이랄 것도 없이 가벼운 연습 삼아 한 드로잉이다 싶었는데.

 

그래도 그림이라고 싸인까지 하고서 가만 자세히 바라보니

왜 이렇게도 슬퍼 보일까.

 

 

 

 

소년 1-2

       

 

 

 

세상이 너무 무거운 것인지

생활이 너무 고달픈 것인지

짐짓 생각대로 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여겨지는지

물끄러미 두 눈이 직시하는 곳이 참 슬퍼 보인다. 

 

네 눈 안에 담고 있는 그늘의 모양새가 안쓰럽다. 

 

자, 일어나렴. 

세상 그것 별거 아니야.

 

지나치게 노려보면서 살지 마.

노려본다고

눈여겨본다고

하, 집중하고

몰입한다고 해서

네 안에 쌓인 화

결코 가라앉지 않아. 

 

그 슬픈 눈을 차라리 너 자신에게 시선을 돌려 살피렴. 

되돌려 내 안을 들여다보면서 하나 둘 으스러진 조각들을 붙들어 보렴. 

네 육신이며 영혼에 수놓아진 곳곳의 부스러짐들 소중히 감싸 안으렴.

 

세월 가면서

네 아픔도 무뎌지고

네 슬픔도 가라앉고

네 분노도 사그라지고

네 절망은 마침내 집을 나갈 거야. 

 

그곳, 절망이 나간 그 자리에

연한 푸르름부터 시작하여

건강한 초록으로 꿋꿋이 자라고 있는 너를 위한 빛의 고리 엮어지고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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