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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1 - 왜 이렇게 불안해 보이니.
가볍게 이젤에 놓인 드로잉북에 연필이 가 몸을 세웠다.
연필이 움직이라는 대로 죽죽죽 죽죽죽 선을 그어 그렸다.
'소년 1'이라고 명명하였다.
뭐, 그림이랄 것도 없이 가벼운 연습 삼아 한 드로잉이다 싶었는데.
그래도 그림이라고 싸인까지 하고서 가만 자세히 바라보니
왜 이렇게도 슬퍼 보일까.
세상이 너무 무거운 것인지
생활이 너무 고달픈 것인지
짐짓 생각대로 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여겨지는지
물끄러미 두 눈이 직시하는 곳이 참 슬퍼 보인다.
네 눈 안에 담고 있는 그늘의 모양새가 안쓰럽다.
자, 일어나렴.
세상 그것 별거 아니야.
지나치게 노려보면서 살지 마.
노려본다고
눈여겨본다고
하, 집중하고
몰입한다고 해서
네 안에 쌓인 화
결코 가라앉지 않아.
그 슬픈 눈을 차라리 너 자신에게 시선을 돌려 살피렴.
되돌려 내 안을 들여다보면서 하나 둘 으스러진 조각들을 붙들어 보렴.
네 육신이며 영혼에 수놓아진 곳곳의 부스러짐들 소중히 감싸 안으렴.
세월 가면서
네 아픔도 무뎌지고
네 슬픔도 가라앉고
네 분노도 사그라지고
네 절망은 마침내 집을 나갈 거야.
그곳, 절망이 나간 그 자리에
연한 푸르름부터 시작하여
건강한 초록으로 꿋꿋이 자라고 있는 너를 위한 빛의 고리 엮어지고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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