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국의 <순교자>를 읽었다.
신은 존재하는가?
아니다. 방향을 바꿔보자. 참 인간다운 인간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
누가 이율배반적이지 않은가?
어린 시절 내 어머니가 큰 일이 있으면 싸놓으시곤 했던 '찬합' 속 반찬들이 생각난다. 어느 소풍날에 몸소 산으로 가져오셨던 기억이 또렷하다. 여러 겹으로 얹혀진 그릇들 속에는 어느 것 하나 헤프거나 불필요한 것이 없이 알차다.
<순교자>가 그렇다. 각 인물들이 지니고 있는 비밀스러운 사고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가 하나씩 하나씩 풀어헤쳐지고 아울러 모아지면서 '참 인간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며 과연 '진정 신은 존재하는가로' 나아간다.
마치 각 등장인물들의 비밀들이 일종의 액자소설처럼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것일까. 한 겹씩 벗겨져가는 비밀들이 은근한 힘으로 드러날 때 우리는 한 발 한 발 우리들 궁극의 문제를 향해 다가간다.
우리는 과연 어떤 인간이어야 하는가
진정 한없이 어설픈 인간을 쓰다듬어 줄 신은 존재하는가?
진실은 있다. 라고 나는 꼭꼭꼭 주장하고 싶다.
대체 '신'은 무엇인가?
라고 나도 감히 묻고 싶다. 싶었다, 늘.
오늘, 이 책을 읽으면서 줄곧,
사실 나는 분해 했다.
대체 계시다면, 신이 있다면 어쩌자고 인간(나) 삶을 이렇게나 고통 속에 묶어 놓으시는지요?
왜?
몇 줄 내뿜고는 '허허' 허탈한 웃음을 내뱉는다.
그래, '이 오묘한 인간사를 지배하는 자 있다면 이럴 수가 없느니~' 라는 생각 속에 사는 이들이 어디 따로 존재하랴.
이 글 속 모든 등장 인물의 공통 주제이듯이,
온 인간들,
'오, 주님!'을 읊으면서, 혹은 '오, 부처님!'이며 '오, 알라신!'을 읊으면서, '당신, 어쩌자고 이렇게도 나를 내버려두실 수 있느냐?'며 한탄스러운 삶을 살지 않은 이 어디 있겠는가. ?
답을 얻을 수 없기에 탓은 조물주에게 혹은 신에게 되돌아 간다. 당신(들)의 장난에 의해 어리숙한 영혼의 인간들을 '창조'라는 단어를 바닥에 깔고는 만들어놓고서 다시 당신들을 향한 끊임없는 구원을 바라는 이들을 조물조물~ 하고 있으니.
어디 교회 뿐이랴. 불당 뿐이랴, 모스크 뿐이랴. 온 인간들에게 운명처럼, 천명처럼 낙인을 찍어 살게 하셨으니,
'언젠가 반듯해진 인간들이 관제 시위라도 하면 어이할런지.'
라고 반문하고 싶어진다.
물론 고개 들면 잔뜩 짓누르는 '허함'을 또 인간들의 몫!
그런데
그 상황(전쟁)을 만드는 자 인간들이니
울려오네
"인간들아, 어리석은 이 인간들이여!"
그러나
그러한 상황을 만드는 어리숙함까지 인간에게 부여하신 이
신(들)이오니,
작품 속 이대위(작품 속 화자인 '나')의 의견에 나는 동의한다.
친구 박군과 신목사와 박군의 아버님이셨던 큰 목사님 모두 결국 이대위의 의견과 한 길이다. 장대령님이며 고군목 역시.
인간은 영원히 이 테마 위에 서 있다가 살고 죽고를 반복하리라.
'과연 인간 위의 '신'은 존재하는가.'
따스한 손길로 인간에게 위안이 되어주실 어떤 이, 어떤 힘!
- 책 속에서 가져온 문구들
타인의 양심을 다룬다는 것
아버진 결코 무류無謬의 존재는 아니다.
'제대로 역사학자가 되려면 누구든 인간 역사의 특수 사건들을 일단 초월해서 보편적인 것을 찾아봐야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인류 역사에 언젠가 반드시 종말이 올 것인가 아닌가 하는 훨씬 큰 문제에 부딪힐 게 아닌가, 그러면 그는 역사가로서가 아니라 그저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더 크고 엄청난 또 하나의 문제에 직면게 돼. 그 녀석이 언젠가 그런 질문을 만나게 된다면 그 애가 내가 생각보다는 별로 멀리 떨어져 있는 건 아니구나 하고 인정하게 되겠지.
그러나 그 죽음이 무언가 뜻을 가지긴 가져야 하지 않겠소?
당신 자신의 십자가
그저 우리는 최소한의 품위를 지킬 일
한국소설의 문제점은 문제구성력의 결정적 빈곤 - 역자 도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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