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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창작

어디로 갈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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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갈거나

 

폐기 처분을 기다리는~

 

폐기 처분 대기선

어느 소도시 고속도로 터미널 구석지

사람들의 눈 잡히지 않는 곳

처박힌다 처박혔다

내 몸뚱이 그토록 천대하던 사람들조차 그리워지는

 

멀뚱멀뚱

거기 말짱한 존재 눈길 한 번 없이 지나치는 사람들이여

외치나니

뭐 우산 아니더라도 괜찮습니다

내 몸에 의지할 만한

당신의 몸에 불편한 뼈와 살이 있거든

부디 내게 던지시오

어떤 잡동사니라도 괜찮으니

 

짐 되는 모든 것

내가 지닌 구멍에 쑤셔 넣으시오

나 지나쳐 당신 빈 몸일 수 있다면

당신의 알량함으로 빚어낸 것인들

어떠리오

혹여 그대 몸 안에 쌓아둔 것 조금이라도 거슬리거든

태생의 유래 뭐 파 볼 것도 없이

이것저것 가릴 것 있나요

넣으시오 내게 주시오

잠시나마 무의미한 생의 일탈일지언정

맛보다가 가는 생이고 싶으니

 

사는 거 그거 뭐

별 거 있습디까

나 이승 지나

어떤 것 혹여 있나 알아보고자

저승으로 가는 길

어느 철학자의 문장인 듯

죽음이 차라리 그리워지는

날 선 아침입니다

겨울입니다

 

이렇게, 아직 살아있는, 살이라도 내게 넣어줬으면~ 픽사베이에서 가져옴

 


 

젖은 우산 천천히 위로 당겨주세요

당신의 젖은 몸뚱이 잠시 내게 맡겨주세요

당신의 몸 기댔던 의지처를 잠시 내게 넘겨주세요

어떻게든 

또 당신의 것

온전한 당신의 도구

당신을 품을 완전한 사물이 되도록

어찌 

해보지요.

 

그럴 수 있는 날이

행복했더이다

죽어라고 창조했다더니

순식간에 내칩디다

대체 당신들은 어쩌자고 늘 

이런 순환을 반복하기만 하는 생을

연명하는지요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되돌리겠다는데

모두가 다 온전하게

살 만한 곳으로 되돌리겠다는 것을요

우리 목숨이야 감히

어찌 보전해 달라는 말씀을

어찌 드리겠습니까

 

동안 감사했습니다

한때 필요했으니까요

한때 제 때 꼭 있어야 할

소도구로라도 살 수 있었으니까요

 

옷깃 여미면서 내일, 새 해로 간다. 잘 살자. 고생했다.

2023년! 

내게 바치는 나의 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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