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갈거나
폐기 처분 대기선
어느 소도시 고속도로 터미널 구석지
사람들의 눈 잡히지 않는 곳
처박힌다 처박혔다
내 몸뚱이 그토록 천대하던 사람들조차 그리워지는
멀뚱멀뚱
거기 말짱한 존재 눈길 한 번 없이 지나치는 사람들이여
외치나니
뭐 우산 아니더라도 괜찮습니다
내 몸에 의지할 만한
당신의 몸에 불편한 뼈와 살이 있거든
부디 내게 던지시오
어떤 잡동사니라도 괜찮으니
짐 되는 모든 것
내가 지닌 구멍에 쑤셔 넣으시오
나 지나쳐 당신 빈 몸일 수 있다면
당신의 알량함으로 빚어낸 것인들
어떠리오
혹여 그대 몸 안에 쌓아둔 것 조금이라도 거슬리거든
태생의 유래 뭐 파 볼 것도 없이
이것저것 가릴 것 있나요
넣으시오 내게 주시오
잠시나마 무의미한 생의 일탈일지언정
맛보다가 가는 생이고 싶으니
사는 거 그거 뭐
별 거 있습디까
나 이승 지나
어떤 것 혹여 있나 알아보고자
저승으로 가는 길
어느 철학자의 문장인 듯
죽음이 차라리 그리워지는
날 선 아침입니다
겨울입니다
젖은 우산 천천히 위로 당겨주세요
당신의 젖은 몸뚱이 잠시 내게 맡겨주세요
당신의 몸 기댔던 의지처를 잠시 내게 넘겨주세요
어떻게든
또 당신의 것
온전한 당신의 도구
당신을 품을 완전한 사물이 되도록
내
어찌
해보지요.
그럴 수 있는 날이
행복했더이다
죽어라고 창조했다더니
순식간에 내칩디다
대체 당신들은 어쩌자고 늘
이런 순환을 반복하기만 하는 생을
연명하는지요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되돌리겠다는데
모두가 다 온전하게
살 만한 곳으로 되돌리겠다는 것을요
우리 목숨이야 감히
어찌 보전해 달라는 말씀을
어찌 드리겠습니까
동안 감사했습니다
한때 필요했으니까요
한때 제 때 꼭 있어야 할
소도구로라도 살 수 있었으니까요
옷깃 여미면서 내일, 새 해로 간다. 잘 살자. 고생했다.
2023년!
내게 바치는 나의 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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