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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창작

올해 가기 전에 접어뒀던 어느 계절을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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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기 전에 접어뒀던 어느 계절을 정리합니다.

 

오늘, 우리집 베란다에서 만났던 노을

 

 

여행에서 돌아와 영혼 마디마디 쓰다듬고 보니

벌써 일요일입니다.

어제는 반나절 가까이 이불 속에서 뒹굴었습니다.

쌓인 피로를 한 겹 한 겹 떼어내는 데에도 제법

힘이 필요했습니다.

오후에는 화초에 양식 공급하느라 바빴지요.

식물들도 성장을 잠시 멈춘 듯싶습니다.

조금씩 스미는 겨울 냄새를 맡으면서 느린 호흡 가운데

제 몸들 추스르는 듯싶습니다.

내실 있게 육신 다지려는 것이겠지요.

여행도

일상의 틀을 며칠 바꿔보는 떠남도

각자도생의 길을

야무지게 다지려는 것일 텐데

힘의 명령 하달로 진행되는 저의 발자국들은

참 외롭고 씁쓸했습니다.

무작정 혼자서 떠나는 여행을 어서 시도해 볼 생각입니다.

오늘은 잔뜩 가을입니다.

베란다에는 꿋꿋이 사계절 꽃 피우는 노랑과 붉은 장미꽃이

고색창연합니다.

고색창연이라니요?

녀석들이 살아온 햇수가 십의 자리 단위를 자랑하거든요.

저에게는 제가 생명의 잉태부터 키워 온 화초들이

제 서식지 풍경 위에 숨 쉬어 온 세월을 더하여

생을 셈하는 습관이 있거든요.

이곳에 와서 고운 글을 읽으면서 남은

피곤을 내다 버리고 갑니다.

남은 시간 멋지게 보내십시오.

한 해의 끝에 내려앉은 절기의 순환에 고개 숙이면서

남은 몇 날은 고해의 방 주변을 서성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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