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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바다를 다녀왔다
같은 곳을 공유하면서도
낯모르는 우리는 도대체 어떤 전생의 인연이었을까
가고싶지 않은 곳
묶음 속에 각각 한 점
꼭지의 어느 지점을 향해 함께 살아가는
우리는 향하는 곳이 물이기에
죄없는 흙을 저버리는 것이 어렵지 않았으리라
다행이지
빛의 존재를 무시할 수 있는 시각
서로 깊이 있는 반향을 드러내지 않아도
용서되는 밤
나도 너도
굳이 서로를 인식하지 않아도
꾸짓거나 벌하지 아니하고 덮어줄 수 있는
날
이차와 삼차로 이어진 우리들의 밤은
자정 지나서도
서로를 놓을 수 없었다
어색한 출발
걸음하고 싶지 않은 곳이었다
머리 위에서 쏟아지는 불빛을 필름에 담으면서
놓고 온 흙판위에서도 서툰 놀음이었던
우리가 그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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