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볼 · 콧망울 · 콧방울 그리고 콧볼과 코허리
"와우, 있지. 이것 뭐야?"
얼굴 중앙 부위를 만지면서 남자가 내게 묻는다.
"얼굴, 얼구울! 나 바빠."
"아니, 여기 말이야, 여기!"
"어디이? 나, 바쁘다니까. 얼른 나가야 한다고. 정확히 말해, 어디냐고!"
"여기, 여기이!"
둘이 살기에는 사기라고 할 만큼 드넓은 집에서 꼭 노트북하고 노는 것을 식탁 위에서 하는 남자가 아침이 바쁜 나를 붙잡고 난리이자 법석이다. 솔직히 말해서 이럴 때마다 짜증이 만땅(오랜만에 이 낱말을 사용해 보네. 재미지다.)! 분명 언어 관련될 일일 것이다. 틀림없다.
남자가 만지고 있는 부위는 ‘콧망울’이었다. ‘콧망울’!
"왜? ‘콧망울’이지, 그게 뭐라니? 뭘 묻는 거야? 바쁜 사람 붙잡고 왜? ‘콧망울’이 뭐가 문제가 된데?"
"그럼 콧방울은 뭐야?"
"그래, 콧방울이라고도 해. 근데 ‘콧망울’이잖아, ‘콧망울’!"
"나도 그리 알았거든. 근데 아니래."
"그것 어찌 알았음?"
머쓱하면서 내가 묻는다.
"이 책 말이야, 자기가 대여해 온 책, 이 책이 참 좋네. 근데 이 글 속에서 이곳을(다시 자기 ‘콧망울’을 만지면서) '콧방울'이라고 표현한 거야. 이 부위를! 그래서 찾아봤지. 분명히 ‘콧망울’인데 왜 ‘콧방울’이라고 했을까. 둘 다 허용된 것인가? 생각 끝에 찾아봤지."
"‘콧망울’이 표준어이지."
"아니래, 여기 봐. 내가 검색해봤다니까. 콧방울이 표준어이고 ‘콧망울’이 비표준어래. ‘콧망울’을 표준어로 알고 있던 우리는 뭐지?"
"그으래? 모를 수도 있지 뭐. 고마워요. 또 한 가지 나를 벙찌게 하는 사건을 만들어줘서요. 근데, 우리는 뭐? 우리지. 우리가 아니고 뭐야. 너희야? 아니잖아. 모를 수도 있지 뭐."
세상에나 밖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으나 그토록 신경 써서 공부한다고 해도 모르는 것이 참 많다.
우리는 서로 한글 맞춤법이며 띄어쓰기에 참 관심이 많다. 부부의 이 관심을 아들에게까지 영향을 끼쳤는지 우리 아들은 여자 친구를 선택할 때 한글 맞춤법 사용이 봐 진단다. 이런.
코끝 양쪽으로 둥글게 방울처럼 내민 부분은 '콧방울'이 표준어. '콧망울'은 비표준어. '콧볼'도 함께 사용한다. 다음은 <표준국어대사전에>에서 편집하여 가져온 내용이다. 참 '콧날개'로도 표현한다는 사실. 아침 일찍 오늘 블로그에 쓸 글의 재료를 준 남자에게 감사!
참, 위에서 남자가 읽고 있던 책은 이승훈의 "한자의 풍경"이다. 자고로 공부를 제대로 하려면 한자를 알아야 한다.
콧-방울 [ 코빵울 ][ 콛빵울 ] ([ ]는 발음을 글로 쓸 때 사용하는 기호)
명사
코끝 양쪽으로 둥글게 방울처럼 내민 부분.
‘콧방울’의 의미로 ‘콧날개’를 쓰는 경우가 있으나 ‘콧방울’만 표준어로 삼는다.
- 표준어 규정 3장 4절 25항 -
콧날개
명사 → 콧방울.
콧망울
명사
'콧방울'의 비표준어.
콧볼(순우리말)
콧볼 : 콧방울을 달리 이르는 말.
<참고>
코허리
명사
콧등의 잘록한 부분. 또는 콧방울 위의 잘록하게 들어간 곳.
어른들이 그랬다. 콧방울이 크고 두둑하면 복이 있는 코라고. 그렇담 나도 복이 있겠네. 그래, 기다려보자. 언젠가는 내게도 복이 콧방울 가득, 꽉 차게 들어설 날이 있겠지. 기다리마, 복이여, 어서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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