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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창작

허락되지 않은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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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락되지 않은 문장

 

쓸 수 없는 문장 - 픽사베이에서 가져옴

 

날이 열리고 밤이 열리고

물이 열리고 달이 열리고

모든 곳으로 향한 문이 있었다

내다볼 수 있으려니

갈 수 있으려니

빠듯하게나마 그 문 빼꼼 열린 쪽으로 고개 돌려

몸도 기울이고

마음도 기우뚱하면 

잠재워둔 넋두리 열린 문 틈새로 내보낼 수 있으려니

헐렁한 보자기에라도 끈끈한 자리 마련하여 모닥거린다면

문 밖 너에게 전해야 할 거리

반점의 구절 하나쯤

우선 전할 수 있으려니

아직 온점으로 끝매무새 다지지 못했을지언정

꿰맬 수 있는 구멍 다른 한 손으로 막아가면서

바삐 데려온 다른 한 구절에 이어

조립이 끝나가는 문장 한 줄

전할 수 있으려니 했는데

열린 낮도 

활짝 피어있는 크고 작은 문들도

네게 갈 수 있는 살 비린 통로는 되지 못한다는 것을

너와 나눌 수 있는 암호 하나 마련할 수 없다는 것을

새삼 다시 오늘

성근 선 붙잡은 채 허우적거리는

물상 하나 사람 하나

아무 것도

전할 수 없는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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