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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 가락에 얹혀진 꿈
꺼억꺼억 거칠게 눈물 한 바탕 쏟아낼까 하다가 멈췄다
풀어헤쳐 한가닥씩
유난히 씩씩하게 몸 움직이고 있는
젓가락에 내 몸뚱이 꿰어 들어 올리는 편을 택하기로 했다
하나씩 확인하는 시늉 하면서
국숫발을 입속으로 쑤셔 넣었다
질그릇에 엉켜있던 면발은 되직한
소스 더미에 묻혀 이미 늙어 있었다
가로 세로 앉아있고 서 있던 사람들
목청껏 소리 내지르는 방식의 노래로
하소연하고 있었다
무엇이 그들을 이곳으로 불렀을까
입술 주위에 내려앉은 폭싹 발효된 양념더미들을 제치고
하얀 육신을 내놓은 가락 허기진 허리를
휜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텅 빈 문서들 들이밀고 좁혀오는
저 윗동네 뒤통수들을 대화의 그늘로 불러들였다
그들은 서로 눈빛 쪽빛을 맟추더니
하늘을 향해
검은 웃음 날리며 반죽하고 있었다
풀풀 숯댕이 검탱이가 되어 녹쓴 음표들이 국수 가락 위에서
선무당 춤을 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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