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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베란다정원

화초여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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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애의 여왕이라니! 대체 뭐길래!

알비시마,  사막의장미(석화), 알부카 스피랄리스, 구갑룡 그리고 단애의 여왕.

 

저 신비의 솜털을 보라. 아니, 체모이라고 해야 하나? 저 신비의 잎을 보고 누가 좋아하지 않을 수 있으랴.

 

 

몇 년 전, 일터에 정년 1년을 남긴 상관(?)이 부임했다.

 

한 마디로 그는, 극과 극을 달렸다. 어느 날은 수학 박사 같은데, 또 어느 날은 영락없이 유아기를 지내고 있는 상태였다. 그날도 그랬다. ’나‘를 비롯한 나 같은 자들을, 자기 휘하에 자리한 사람들이라고 느낀 그는 나를 포함한 우리 출장 시간에 이름하여 '친목'이라고 제목을 붙이더니 '명상'을 하러 가자고 했다.

 

엥? 뭔 명상?

명상을 지 혼자서 하든지, 우리 각각, 각자 집에 돌아가 빈 방문 문 잠그고 남몰래 하라고 하든지 하지, '다 함께 명상'을 하러 가자고?

 

나는 귀가 막히고 코가 막히더라마는,

내 무지 이뻐했던 후배, '승진'을 꿈꾸는 자로 타이틀을 달더니, 따라가야 한다더라. 왜? 물었더니 '상관'이잖아.

"언니, 언니는 왜 그리 뻣뻣해? 저 상관 말이 언니는 바라만 봐도 냉기가 얼음 벼락을 치고 있어서 통~, 이라고 하더라, 좀 고쳐. 좀 대강 살어어~"

 

"나, 얼마나 대강 살려고 노력하는데? 얼마나 더? 아니, 생각해 보자. 뭔 '명상'을 서로 맘에 맞아서 사는 이들도 아니고, 평소 지하고 나하고, 뭔 마음 푸는 이야기를 아직 한 적이 없는데 명상? 웃긴다야. 나 시간 아까워서라도 못 가겄다야. 그 시간이면 영화 한 프로를 제대로 본다야."

 

그래서 어쨌냐고? 갔지이~, 내가 어쩍 것이여? 상관이 가자는디 가야지. 아, 그런데 내 그럴 줄 알았던 대로 그렇게 진행되더라야. 그자, 상관은 안 왔더라고. 휘이, 휠랄라. 기억도 나지 않는다마는, 이름하여 '명상' 강사가 드레시한 드레스 차림으로 우리를 지도한답시고 하는데, 나는 왜 명상은 전혀 나와 상관없는 일이고, 그저 눈에 띄는 것이 딱 하나 있는 실내였는데, 그게 뭐냐. 그게 뭐냐면? '단애의 여왕'이었어.

 

명상하는 강당, 해돋이 쪽, 어떤 색이었더라? 어쨌든 고상함을 내세운 두리뭉실한 화분에 화초 한 가지가 제 자태 뽐내고 있는데, 그 우아한 자태, 기가 막힌지라, 내 언젠가 꼭 저 식물을 저보다 더 멋지게 길러내려니 했는데 어느 날이었지. 머리 속에 꽉 앉혀서 지니고 다니던 녀석, '단애의 여왕'을 사서 키우려니 했는데, 사람, 그만 제정신을 잃고 꼬랑창에 빠지게 된 것. 어쨌든, 어떤 이유에서든 나는 몇 년, 이 식물은 꼭 키워보려니 하다가 최근, 봄 만난 내 화초들이 제법 이쁘게들 제 몸매 자랑이며, 제 꽃 자랑을 한다고 생각되어 인터넷 화원들을 검색했더니, 있더라니. 이 화초, 아니 다육이, 아니 구근식물이 있더니라.

 

하나 내 눈앞의 불은 '미니멀니즘'으로 어서 사는 것. 절대로, 함부로 뭘 사지 않기를 피땀 흘려 가면서 지켜내고 있다가, 아, 그만. 기억도 없는데, 내 폰에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떴지.

"컹 그래튜네이션스. 있잖아요. 당신이 경매 거래에서 찍은 화초, 당신 것으로 확정되었으니, 단기간 안에 가져가라. 아니면 쏜다?"

‘쏜다’는 아니었다. 어쨌든 가져가야 옳을 것 같아 그곳 화원을 향해 나아갔어.

 

대체, 왜 이런담, 왜 이리 자꾸 꼬일까. 경매에 당첨되었는데 결재하여 가져가지 아니하면 뭔가 벌 내림이 있을 것 같은데, 아이구나. 이번에는 '배송비'가 문제였어. '5만 원‘ 어치를 구매하지 않으면 저 위 물구녕도 막아 뿔고~ 그것보다는 경매에 내놓은 그곳 화원이 아주 작은 기업이라는 느낌이 있어. 결국 이러저러해서 5만 원은 너무 했다고 입술을 부리부리 부리는 이빨들이 많고 여겨져서 결재하려는데, 아무래도 배송비는 너무 아까워라 싶어서 이번에는 5만 원은 채우기로 결정!

 

배송비를 내지 않아도 되는 금액은 5만원. 결국 다육이 화분 흙 둘에 다육이(나는 그야말로 관엽만 살리려고 했던 것이 제법 되었는지, 내가 왜 이러고야 마는가. 다육이 다섯을 샀다네 이름하여 알비시마, 사막의 장미(석화), 알부카 스피랄리스, 구갑룡 그리고 단애의 여왕. 단애의 여왕. 이 중 키워본 것은 하나도 없다. 이름은 들어본 것은 단애의 여왕과 사막의 장미.

 

왔더라. 요즈음 택배의 빠르기는 인공지능을 능가하는 듯싶더라. 아, 왔는데, 오늘 왔는데 이 다섯 아이를 보고 나는 눈물을 찔끔 흘리고 말았다네. 너무 작았네. 너무 귀여웠네. 아, 화분을 사야겠구나. 어디로 화분을 하러 가지 하다가. 끝.

 

어쨌든 예뻤다. 단애의 여왕, 누워있어도, 풀이 죽었는데도 딱 사막이 떠오르고 안 발전한 문명이 떠오르고, 그저 내가 가고 싶은 곳일 뿐. 긴 시간 박스 여행을 거쳐온 티가 따악 난다. 너무 귀여워서 누구에겐가 따먹힐 것만 같은 것이 문제는 문제.

’절대로 만지지 마시오.‘를 좀 붙여야 할까 보다.

 

내게 새로 온 다섯 화초의 공통점은 다육이. 그리고 다섯. 아무튼 즐겁게, 신나게, 그리고 철저하게 무관심하기. 그래야만 다육이가 산다더라고 해서. 그렇게 살고 그렇게 죽고, 그리고, 그렇게 내 이들 삶의 기운을 가끔 내 몸에 충당할 것. 곧 이것들 키우는 재미로 내 생의 남은 날을 살 수 있었으면 싶다. 온갖 중생들이며 고유의 사전 검색 빠르게 하는 모습들. 거참 요란들 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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