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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영화

흔적 없는 삶 leave no tr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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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없는 삶 leave no trace

- 머무실 수 있었으면 머무셨을 걸 알아요.

- 누가 이 사람의 생을 온전하게 되돌려야 하는가. 

 

 

대표 포스터. 영화 홈에서 가져옴

 

데브라 그래닉 감독

드라마. 미국. 12세 이상 관람 가

출연 벤 포스터, 토마슨 메켄지, 다나 밀리칸, 제프 코버 등

 

2018 미국 비평가협회상 수상

 

- 어쩌면, 영혼은 이미 다른 세상을 떠도는 몸. 정착할 수 없는 마음.

  한 남자 '윌'은 성장기의 딸 '톰'과 함께 부유의 삶을 산다. 자연인이다. 말이 그렇다는 것이다. 오리건주 포틀랜드 국립공원. 

 

- 왜 윌은 그런 삶을 살아야만 할까? 이야기해 보라. 추측한 것들을.

  윌은 참전군인들에게 무료로 제공해 주는 약을 몰래 팔아서 기본 생계를 유지한다. 약을 사주는 이들도 동료들일 거다. 참전용사들. 엇비슷한 생을 사는 이들.

 

- 수많은 전쟁 영화를 봐 온 나는 일찌감치 사람이라는 생명체에 질려 있다. 어쩌자고 1차 세계대전을 채 20여 년도 넘기지 못한 채(20년은 넘겼나?) 다시 또 지구를 쑥대밭으로 만들어야 했을까. 짐승만도 못한 사람들이다. 온갖 탐욕에 찌든 인간들을 내칠 수 있는 제도 혹은 기구가 있으면 좋겠다. 이 생각이 얼마나 위험한 생각인지를 잘 알지만. 결국 이는 고리를 지어 연결하면 히틀러의 생각과 부합되는 것이 될 수 있으므로. 어쨌든 제발, 사람들이여, 좀 고요히 살자.

 

- 남자는 참전 용사였다. 트라우마가 무서운 거다. 수많은 생명이 짓이겨지는 모습을 체험한 사람이 어찌 온전한 삶을 살 수 있겠는가. 아내도 떠난 삶. 아내는 죽었다. 딸만 하나 있다.

 

- 공원에서 노숙인 생활을 한다. 한편 그의 행위로 본 딸에 대한 책임감이 놀랍다. 자기 한 몸도 거느리기 힘들 텐데 그는 끝까지 딸을 거둔다. 최선을 다해서. 나름의 방법으로. 자기 삶의 경험에 기반한 사람다운 삶을 살게 하기 위한 육아 방법. 짐승과는 다른 고귀함이다. 

 

- 행정력에 의해 공원 숲 깊숙이 숨어 살던 윌과 톰. 그들 삶의 흔적이 탄로 난다. 조직은 둘을 공권력의 휘하로 편입시키고자 한다. 자본과 문명에 속한 삶. 참전 용사와 딸의 생각 차가 시작된다. 딸은 문명을 맛본 후 돌아가기가 싫다. 친구도 사귀고 싶고 학교도 다니고 싶다. 적응을 위해 노력한다. 아버지 또한 자기 생각과 같아지기를 원하면서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여러 모로 힘쓴다. 하나 아버지는 딸을 잃지 않기 위한 방법으로 적응을 한 척 했을 뿐. 행정력의 경계와 걱정이 수그러진 듯하자 다시 길을 나선다. 

 

 

어서 세상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윌! 그리고 톰. 잘 살아가기를. 영화 홈에서 가져옴

 

- 더 깊은 곳으로 숨어든다. 남자는 왜 사람들 사이로 젖어들지 못했을까. 가까스로 빈집- 대피소라고 생각되는, 한 곳에 숨어들 수 있었다. 너무 추운 곳이었다. 윌은 파이어 스틱을 딸의 목에 걸어주고 먹을 것을 구매하러 길을 나선다. 윌은 밤새 돌아오지 않는다. 다음날 딸, 톰은 밀림 속에서 재난을 당한 채 누워있는 아빠를 발견한다. 

 

- 부유하는 생은 곳곳에 있었다. 가까스로 구조된 윌과 톰은 근처, 마치 집시처럼 모여사는 사람들의 터에서 건강을 다시 챙길 수 있게 된다. 그들도 참전 용사들이 끼어있는 무리였다. 걸을 수 없던 다리를 치유하자마자 윌은 또 길을 나선다. 그곳에 정착할 것을 결정한 딸은 이미 집세까지 지불했으나 결국 아버지를 따라 길을 나선다.

 

- 그러나 몇 걸음 뒤따르다가 아버지의 걸음을 멈추게 한다. 톰은 아빠의 목에 파이어 스틱을 걸어드리면서 말한다.

  "머무실 수 있었으면 머무셨을 것입니다."

 


윌과 톰의 역할을 한 배우들의 연기며 조연들, 모두, 한 사람 한 사람, 참 훌륭한 역할이었다. 그 와중에도 깊은 산속 윌과 톰의 허술한 텐트 안에는 주렁주렁 한쪽에 마련된 책장에 책들이 꽂혀있더라. 톰이 공권력에 붙들린 채 평가한 지적 능력은 문명을 살고 있는 보통 학생들보다 훨씬 낫더라. 나는 윌에게 무한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그가 진정 사람다운 사람이더라.

 

 

톰은 진정 세상을 잘 배워간다. 부디 잘 살아내기를. 잘 살 거다. 부디 딸의 품으로 돌아올 수도 있는 아빠 윌을 따뜻하게 맞을 수 있는 멋진 집을 지을 수 있기를. 어서, 치유의 공간으로 들어앉을 수 있는 윌일 수 있기를. 파이어 스틱이여, 윌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기를. 

 

나도 늘 '흔적 없는 삶'을 꿈꾼다. 나의 소망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얼마나 철없는 짓인지, 아, 얼마나 똘기 쩍쩍 흐르는 우스운 생각인지. 울컥, 솟구치는 눈물을 삼키면서 반성했다. 나의 꿈은 소용돌이치는 탐욕의 놀음에 불과한 치기였다. 열심히 살아야겠다. 우리 주위에는 수없이 많은 '부유인, 부유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기 잘못이 전혀 없는데도 그런 생을 살아야 하는 이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해낼 수 있는 삶일 수 있기를. 노력해야겠다.

 

원작 소설도 읽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데 책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책 '판타 레이'를 들고 아마 10일을 넘기고 있는 듯. 어서 읽고 3일 후에는 반납해야 한다. 일단 말하고 싶은 것은. 과학책이 이리 재미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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