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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영화

그는 야구장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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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야구장에 갔다

- '대체 야구장에 간 것이 뭐, 어떻다는 거야?'로 보기 시작한 나는 나의 영화 혹은 다큐멘터리 시청 방법을 칭찬했다. 나는 평점만 보고 영화를 선택한다. 스포를 읽지 않는다. 5점 만점에 3.75 이상이거나 10점 만점에 7.5 이상인 영화는 그냥 본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군더더기 없이 인간계 한 소시민의 법정 다툼을 제대로 그려낸 것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법정 이야기가 즐거웠다. 그렇다. 소시민이 이겼으므로!

 

 

대표 포스터. 넷플릭스 스크린 숏으로 가져옴

 

 

2017

관람등급:15세 이상

40분

다큐멘터리

미국

 

감독 제이컵 라멘돌라

 

후안 카탈란. 그는 아버지이다. 하루하루를 성심성의껏 살아가는 평범한 사내이다. 가족이 있다. 아이들이 있다.

 

어느 날 벨이 울리고 형사라는 사람이 그를 체포해 간다. 그는 구치소에 가둬진다. 중범죄를 진 자들이 갇힌 구치소.

 

16세 소녀를 살해한 죄. 목격자가 있었고 겁에 질린 목격자가 봤다는, 머리에 담은 ‘순간 포착’을 듣고서 그려진 몽타주에 의해 그가 용의자가 된다.

 

무죄를 주장하지만 틀림없는 범죄자이다. 몽타주에 의하면. ‘순간’을 담은 목격자의 추정에 의하면. 목격자가 말하는 인상을 그림으로 담아낸 자에 의하면. 그리고 꽉 막힌 검사에 의하면. 검사는 자기 업적을 등에 업고 사는 무뢰한이다(고 나는 단언한다. 그런 자들이 참 많다.)

 

후안 카탈란을 살린 변호인. 넷플릭스 스크린솟으로 가져옴

 

 

그에게 희망은 없었다, 다만 변호인이 있었다. 변호사는 그와 대화를 나누고서는 바로 그가 범죄인 아니라는 사실을 굳게 믿고 사건을 조사한다. 그의 알리바이 증명을 위해 뛴다.

 

그는 그날 딸과 함께 야구장에 갔다. 그는 야구장에 갔다.

 

그는 티켓을 어떤 이로부터 샀다. 어머니를 위해서였던가. 야구를 좋아하시는 어머니를 위해서였던가. 어쨌든 그는 딸과 함께 야구장에 갔다. 어린 딸이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재판의 증언대에 섰다. 상식적으로 어린 딸이 아버지의 권유에 선뜻 야구장에 따라가지는 않지 않은가. 아닌가? 대여섯 살 정도로 보이던데. 그 딸이 그날 아버지와의 동행을 증언한다. 아버지는 죄수복을 입고 눈물을 훔친다.

 

검사는 딸의 증언을 믿지 못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야구장에 갔다. 변호인은 LA 다이저스 경기장에 도움을 청한다. 후안 카탈란의 기억과 함께 그날, 어떤 이들이 영상을 찍었다는 것을 확인하였고 구단에 연락을 취하여 영상 관련자들을 찾는다. 인기 코믹 TV 프로그램의 편집 전 영상을 찾아낸다. 그곳에 후안 카탈란과 딸의 모습을 어떻게 찍혔던가. 영상 속 그의 모습은 또렷하다. 어떤 신이 그를 도운 것일까.

 

검사는 집요하다. 16세 소녀가 살해된 시각, 후안 카탈란은 충분히 그곳에 와서 살해하고도 남을 시간이 있다는 것. 무엇이 또 다른 증거로 잡힐까. 다행이다. 끝까지 최선을 다한 변호인이 훌륭하다. 그리고 끝없는 고뇌 끝에 판결을 내리는 판사의 모습도 참 인상적이다. 우리 사회에도 저런 변호사와 저런 판사가 있어야 하는데.

 

그의 알리바이를 증명할 한 건이 있었다. 그의 곁에 그녀가 존재했다.

 

그는 석방된다. 그는 ‘무엇을 원하냐’는 가족들의 말에 다음을 말한다.

“콜라를 먹게 해 주오.”

 

처음 알았다. 감옥에는 탄산수가 없다는 사실! 우리나라도 그러나? 세계 모든 감옥이 그러나? 그렇다면 왜? 궁금하다.

 

‘흡사하다는 것’의 미궁!

‘의심의 여지가 없다’라는 것을 꿋꿋하게 주장하는 검사의 집요한 옹고집! 그녀가 그런 행태로 골로 보낸 보통 시민들이 더 있을 텐데~, 이를 어쩌나.

그리고

‘만약’이라는 전제가 잡는 서민의 인권.

 

제발, ‘힘’을 지닌 자들이여! 고심하라. 이 세상은 텔레비전 드라마나 영화에서 있을 만한 일이 버젓이, 그것도 끝없이, 늘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 참 무섭다.

 


정말로 오랜만에 낮잠이라는 것을 잤다. 아마 이전에 잤던 나의 낮잠은 십여 년은 족히 넘었으리라. 불면을 해결하기 위해 절대로 낮잠은 자면 안 된다는 신념으로 사는데 오늘, 점심을 먹고 타이레놀을 두 알 먹었더니 잠이 쏟아졌다. 베란다에 나가 일하던 차림 그대로 이불 속으로 들어가 잤다. 세 시간여 잔 듯싶다. 푹 잤다. 잠의 효력을 실감했다. 눈을 떴을 때의 개운함은 신세계에 든 기분이었다. 이래서 숙면, 숙면을 부르짖나 보다.

 

오전, 곧 올 손님치레 겸 집 정리를 위해서 이곳저곳 손을 봤다. 특히 거실 앞, 즉 중앙 베란다를 말끔하게 정리했다. 거실 앞 베란다를 말한다. 고급 히노끼 원목이 깔리던 날의 단정했던 베란다는 내 화초 키우기의 집착으로 많이 상했다. 안타깝다.

 

밤에는 고장 난 텔레비전 때문에 못 볼 것 같아 걱정하고 있었는데 꼭 보고 싶었던 ‘김호중과 KBS 교향악단과의 협연’를 볼 수 있어 다행이었다. 진즉 알았더라면 처음부터 차분하게 볼 수 있었을 텐데. KBS가 공영 방송이기 때문인가. 로그인하지 않아도 인터넷에서 시청할 수 있었다. 초반 20분여의 공연을 못 봤다. 찾아봐야겠다.

 

김호중. 그의 타고난 목소리는 조물주의 선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아름다웠다. 행복했다. 그의 다리가 걱정이다. 많이 좋지 않은 것 같다. 어서 치료를 받아야 할 듯싶다. 그의 가지런한 이빨이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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