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유튜브 강의에서 들은 내용이다.
'모 대학교 대학원에서 문과 출신만 모집한다.' 고 발표했다는 것이다. 깜놀했다.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상당히 실망스럽다.
문과 출신만 모집한다? 설마!!!!!
그것도 소위 최정상의 위치에 있는 대학이다. 어찌 이런 발상이 가능할까. 글쎄, 대학 나름 정한 선별 기준이라는데 무슨 말이 필요하랴마는.
정부 수립 이후 줄곧 토론거리인 우리나라의 교육제도 문제점을 생각한다면 당사자인 대학 당국에서 이런 방식의 선별 기준을 발표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이과 출신의 학생들이 수학과 과학 문제 풀이만 하느라 글쓰기를 자주 하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된 것일까? 논문을 쓰는 데에 걸림돌이 된다는 등. 내가 깊이 있는 사고와 표현을 요하는 학문을 하는 입장이 아니라서 하는 생각이라고 치자. 어찌됐든 참 이상한 기준이 아닌가 싶다. 소위 최상위 층에 위치하는 대학의 대학원이라면 우리나라 최고의 젊은이들이며 고도의 학문을 '심오한 연구' 단계의 수준으로 공부한다고 할 수 있는 학생들일 텐데 말이다. 글쓰기 등에 얼마나 문제가 될까 싶다.
내가 아는 이과 출신 학생들의 모습을 몇 떠올려 본다. 논문을 쓰는 데에 문제가 된다 싶은 학생들은 단 한 명도 없다. 단지 내 생각처럼 논문 쓰기에서 걸림돌이 된 것이 그 이유가 아닐지라도 어떤 관점에서 생각할 때 이과 출신이 대학원 공부에 문제가 된단 말인가.
대체 왜 그럴까. 상식적으로 이과생들이 훨씬 복잡하고 깊이 있는 공부를 한다. 특히 수학에서는 그 수준이 문과와 큰 차이가 난다. 아예 문과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고단수의 공부를 해야 한다. 과학 공부도 마찬가지이다. 문과는 교양 과학 정도라면 이과의 고등학교 과학은 그야말로 고등 과학의 정도까지 공부를 해야 한다.
사회 탐구 쪽의 공부가 쉽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소위 '암기 과목'이니 그저 외우면 되지 않느냐고 치부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이 대학 대학원생 선별 기준에 의해 반발하고자 하는 내용을 쓰다 보니 상식적인 선에서 알고 있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 뿐이다. 그저 이렇다는 것이다. 부디 문과 출신의 학생들이여, 화를 낼 일이 아니다. '역지사지'라는 사자 성어가 지닌 숭고한 의미를 떠올리라.
대학은, 대학원은, 학생들을 공부하게 하는 곳인데 선별 기준을 마련하여 이미 싹을 틔울 기회를 밟아버린다니 하는 말이다. 그야말로 선 긋기이며 이분법적 가르기이지 않은가.
어떤 이유에서든지 이같은 선별 기준은 부디 어서 취소되길 빈다. 숨겨두고 해야 해서도 안 되지만 유명 대학이라는 곳에서 떡하니 '우리는 이렇게 하겠소.'라며 마치 자기 대학 위상을 자랑하듯 발표했다니 참 한심스럽다는 생각을 거둘 수 없다.
하, 물론 나는 순종 문과 출신이다.
그리고 내 가장 가까운 사람은 또 이과 출신이다.
부디 이런 식의 억지스럽고 알량한 기준들을 내세워 좀 권위 내세우며 힘 자랑들 좀 하지 말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