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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영화

세이모어의 뉴욕 소나타 : 에단 호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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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내면에 있는 영적 저장소를 들여다 봐요.'

 

영화 속 한 컷을 스크린 샷으로 가져옴. 세이모어: 천상의 웃음을 소유한!

 

'너무 아름다워서 연습을 할 수가 없었어요. (끝까지 연주할 수밖에 없어요.).'

 

'순정주의'라고나 할까. 아무튼 뭐라 정리할 수 없는 내 사상과 철학인지라 소위 정치적인 개념의 보수도 진보도 아닌 '중용주의'의 나는 몇 년 전 에단 호크에게 실망을 하고는 '내 영화배우 리스트'에서 그를 배제할까 생각하기도 했다. 해외 연예계의 제법 큰 이슈였던 '에단 호크와 아이 유모와의 결혼' 때문이었다. 호크는 내게서 내가 가지고 있는 그에 대한 점수의 4분의 1을 갉아먹고 말았다ㅎㅎ.

 

 

그러던 차, 지난해였으리라. 내 좋아하는 배우 에단 호크가 소설을 썼다는 소식을 읽었다. 국내에서 발행된 책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접었지만 참 읽고 싶었다.(물론 이미 발행된 듯) 그의 소설 발간은 '그래, 내 잣대로 그를 정리하려 했구나. 소설까지 쓸 정도의 예술성을 겸비한 배우인데~'라며 다시 점수 더하기를 했더랬다. 

 

 

그리고 오늘, 이곳에 '영화 릴레이' 글쓰기를 하면서 시청 주제가 '참사랑' 쪽으로 진행되던 중 에단 호크가 드러나고 그의 작품 중 한 편을 시청하려다가 그의 영화 필로그래피에서 찾은 것인 이 영화이다. 오호라, 영화도 한 편 감독했구나.(물론 그가 만든 작품이 더 있다.) 더군다나 다큐식 피아니스트 관련 영화라니. 나는 이 블로그 글 전편 '내사랑' 글쓰기에서 영화 릴레이의 다음 작품으로 올려놓고 어제 오후 이 영화를 봤다. 추석 전전야. 나 혼자인 추석 이 소중한 연휴, 이 고마운 날들에 에단 호크 감독의 다큐식 영화라니 솔직히 '행행행행행~복'이었다. 

 

세이모어 번스타인. 사실 처음 알게 된 피아니스트이다. 미국 태생. 뉴욕대학교 소속. 95세. 

 

 

에단 호크는 이 피아니스트를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 

 

자신의 인기가 허상이라는 것을 깨달은 에단 호크가 세이모어 번스타인의 피아노 교수법과 그의 삶의 철학을 통해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의 길을 찾아 나선다. 영화의 대부분의 세이모어 번스타인이 제자들을 가르치는 장면과 제자들과의 면담으로 진행된다. 아, 이 노교수를 눈물 흘리게 하는 교수의 젊은 시절이 몇 장면 등장하는데 교수의 군생활이다. 

'한국전쟁'이다.

 

부작정 연습하게 하지 않는다. 건반을 다스리는 방법, 음을 가져오는 방법, 음을 연결시키는 방법, 음을 매단지는 방법, 각족가의 의도를 읽기, 음의 강약을 표현하기, 온몸으로 피아노를 연주하기 등 제자들의 말처럼 어디에서도 듣지 못했던 교수법이다. 피아노 연주와 아울러 삶의 진행 방법을 가르친다. 찬다운 '나'로 살아가는 방법, 너와 내가 어떻게 어울려 살아애야 되는가. 이를 위해 피아노를 어떻게 연주해야 하는가를 꼭꼭 집어 가르친다. 제자들은 단순한 피아노 연주 뿐만 아니라 자기 생을 어떻게 이끌어 나가야 할는지를 배운다. 어느 일본 출신 제자의 말대로 제자들은 그의 음악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고 그의 생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세이모어는 말한다. '나'는 내 안에 있다. 자기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보라. 자기 자신의 영적 저장소를 들여다 보라. 그 안에 '나'가 있다고 그는 말한다. 그는 물질적인 부가 마련된 연주자로서의 피아니스트의 길을 접고 교수로 나선 데에 대해 말한다. '내 안에, 내 영적 저장소에 들어차 있는 사랑의 음악을 가르치고 전하고 싶다.' '상업적이면서 부와 명예를 내세운 삶에는 의미가 없다. 저 하늘에 내 음악이 닿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늙은 노교수이자 피아니스트는 군 시절을 돌아보며 눈물을 흘린다. 한국전쟁이었단다. 음악을 하는 친구와 함께 한국인을 대상으로 연주회를 열었을 때 느꼈던 행복을 말하는데 그는 그만 눈물을 훔치며 이야기한다. 시체들이 함께 떠올라 눈물을 삼킨 수가 없다고. 그는 정말 '순수의 절정'이다. 그는 어느 한 순간도 내팽개치지 않았다. 항상 따스한 보살필으로 자기 생을 한없이 맑고 곱게 이끌어 왔다. 

 

 

우리 생 많은 장면에서 떠올려야 할 수많은 명언들이  세이모어의 말 속에 있다. 내 남은 나날, 정말 열심히 살아보기로 반성문을 쓰는 초등학생처럼 나는 다짐했다. 결코 타인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내 안의 내가 진정 추구하는 것들을 좇아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살기로 굳게 맹세했다. 내 배우 에단 호크도 늘 멋진 삶이길. 그리고 세이모어여, 남은 생 더 벗지게 사셔서 뒤이어 살아가는 우리들을 늘 일깨워주시라. 

 

시청 소감

영화의 마지막 부분, 에단 호크의 회원들을 위해 마련한 연주회. 세이모어의 연주 모습을 볼 수 있는지 건물 밖 길을 가던 이들이 세이모어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우리나라에도 이처럼 일종의 열린 연주회가 있었음 좋겠다. 피아노 연주의 라이브는 함께 듣지 못하지만 길을 지나가던 이들에게까지도 세이모어는 행복을 전해주는 천사였다. 

 

참 아름다운 다큐였다. 

 

 

감독

에단 호크

그의 영화들을 보라. 

 

영화 릴레이

사랑을 담은 에단 호크의 영화들에 좀 더 머무르리라. '이토록 뜨거운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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