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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영화

화양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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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 피어나는 삶, 인간 생 중 최고로 화사했던 시절.

화. 양. 연. 화.

 

양조위와 장만옥은 실제 부부로 살았음 참 좋겠다 라는 엉뚱한 생각을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야말로 찰떡궁합이었다. 

 

내가 찍은 사진

 

영화 속 최고의 합이 실생활에서도 최고의 합으로 꽃피기를 기원했던 것은 '느림'의 미학에 의한 영상 진행이기에 가능했으리라. 왕가위 감독을 생각하면 으레껏 떠오르는 씩씩하고 재빠른 진행을 이 영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자칫 지루하다고 여겨질 만큼 느린 진행의 부수수함은 아마 딱 잘라 답이 있는 결말을 회피하기 위한 장치이지 않을까.

 

 

 

무역 회사 비서 소려진, 신문사 기자 주모은은 각각 남편과 부인으로부터 팽 당한다. 늘 밖으로 떠도는 남편과 호텔녀 부인으로부터 팽개쳐진 남여는 외롭다. 이사 온 한 아파트, 좁은 길을 지나다니면서 둘의 외로움은 공통분모를 느끼게 되고 둘의 사랑은 시작된다. 느닷없는 곳에서 발견되는 남편과 아내의 공통분모는 둘을 더욱 강하게 이끌고 흐느적거리는 세월을 히뿌연 안개의 버무림 속에서 서로를 쓰다듬으면서 인내한다. 

 

 

같은 류의 인간 범주로는 빠지지 말자는 두 남여는 문 앞에서 머뭇거린다.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도덕의 두께를 감당할 수 없는 것이 이유가 될 수도 있겠다. 솟구쳐오르는 사랑의 기운을 뿜어내기에는 서 있는 땅 그 위에 세워진 사회이며 인간사의 틀을 박차고 나아갈 수 있는 용기의 주머니가 흐릿했다. 혼란의 마인드를 횡보하는 가운데 안개 속 뚜렷한 외곽선의 사랑선을 그어 서로를 끌어들이지 못하는 가운데 한계를 지닌 상영 시간은 끝을 향해 달린다. 사랑을 뚜렷이 드러낼 수 없는 두 남여의 영혼은 결코 한 몸이 될 수 없다는 이성 앞에 그만 주저앉는다. 1962년 홍콩으로 이주해 온 상해인들의 이야기이다. 

 

 

 

감상 소감

영상미에 그만 현혹되어 영화가 끝나고도 한참을 주저앉아 있었던 옛날 옛적 그때의 내 모습이 새삼 떠오른다. 아름다운 영화이다. 한참을 지나 쓰는(물론 첫 시청 이후 두세 번을 더 봤으리라 싶지만) 오늘에도 개봉된다면 최고의 자리를 곧 차지하리라 여겨지는 아름다운 영화이다. 

진짜 사랑에는 그닥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는다. 두 눈 마주쳐 바라보는 것으로 족하고 곤하게 뻗은 다리 말없이 어루만져 주는 것으로 족하다. 굳이 요란스러운 입맞춤도 필요하지 않다. '그저 오직 그대를!'이라는 간절함에 절인 감각들의 향연으로 충분하다. 양가위의 눈빛과 장만옥의 윗입술의 각도가 그랬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을 말하는 영화 제목 '화양연화'는 1930~1940년대 상하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가수 주선(周璇)의 동명의 곡에서 제목을 차용해왔단다. 물론 영화 삽입곡으로도 사용되었다. 그리고 ost 한 곡 더. '키사스 키사스 키사스'(부디 음악을 찾아 듣고 원어도 익히길~)

 

 

왕가위

홍콩 영화계의 세계적인 감독. 상하이 태생이나 5살 때 홍콩으로 이주하여 성장. 그래픽 디자인 전공. 1958년 7월 17일 상하이에서 태어나 5살때 홍콩으로 이주해 자랐다. '중경삼림', '일대종사' 등  독특한 영상미와 허무, 고독을 다룬 90년대 최고의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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