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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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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2022

 

대표 포스터 1. 영화 홈에서 가져옴

 

장르 SF, 액션, 코미디, 어드벤처, 판타지

감독 다니엘 콴 · 다니엘 샤이너트

각본 제작 다니엘 콴 · 다니엘 샤이너트 · 앤서니 루소 · 조 루소 · 마이크 라로카 · 조너선 왕

주연 양자경 · 스테파니 수 · 키호이콴 · 제임스 홍 · 제이미 리 커티스 외

촬영 라킨 시플

음악 손 럭스

제작사 미국

15세 이상 관람가

번역 황석희

 

엄청난 기대를 품고 보기 시작했다. 영화가 개봉되면 최대한으로 스포를 가려가면서 영화평을 읽는다. 이 영화에 쏟아지는 호평이 대단했다. 보고 싶어 안날이 날 지경이었는데 개봉 후 바로 볼 수 있는 기회를 그만 놓쳤다. 내가 이용하고 있는 ‘지니 tv’에서 회원들이 무료로 볼 수 있도록 바라고 또 바랐다. 이제는 거의 기대를 버리려니 하고 있었다. 이 영화는 아카데미 작품상이며 여우주연상까지 탔으니 아마 대개 비싸게 내놓으려니 생각에 가 닿아 있었다. 무료 혹은 1, 2천 원 대로 볼 수 있는, 그런 기회가 만들어지지 않으려니 하는 체념으로 굳어져 가고 있었다.

 

어제 휴일이니 혹 무료 영화가 있지 않을까 싶어 검색했더니 딱 이 영화가 올라와 있었다. 얼마나 기쁘던지. 보기 드물게 얻은 행운으로 여기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양자경’에게 쏟아졌던 호평들이 떠올랐다. 양자경은 내게 그 영화, 뭐더라, 중국영화, ‘주윤발’과 ‘장쯔이’ 주연에 ‘이안’ 감독의, ‘와호장룡’이던가? 아무튼 그 영화 속 여류 무술인으로 내 안에 너무 일찍 굳어져 있었다. 일단 평범한 아줌마 차림의 착용한 양자경이 낯설었다. 그 많은 영화를 봐 왔는데 양자경은 오직 내게 와호장룡으로만 있는 것인지.

 

대체 뭐지? 고백하건대 어젯밤 자정 무렵에 시작한 영화는 내 영화 시청 습관을 드물게 칼질을 하였다. 계속 볼 수가 없었다. 자정 아니라 새벽 서너 시에 시청을 시작한 영화라도 나는 마음에만 들면 끝까지 시청한다. 이 영화는 그런 내 습관을 무너뜨렸다. 도무지 보는 재미가 일지 않았고 생각의 주름이 펼쳐지지 않아서 시청을 멈췄다.

‘대체 이 영화는 뭘 말하지?’

 

대표 포스터 2. 영화 홈에서 가져옴

 

 

오늘 점심 식사 후 바로 시청을 재개하였다. 어젯밤 시청 시의 기분보다는 조금 나아졌다. 조금뿐이다. 영화는 여전히 내 맘을 움직이지 못했다. 검색했다. 어느 블로거의 글을 먼저 읽게 되었다. 와우, 대단한 호평이다. 영화 개봉 시 내가 읽었던 호평 정도가 아니었다. 영화 평론 전문가이신 듯싶게 영화 평론이 대단했다.

 

나무 위키에 들어가 검색을 시도했다. 나는 생각하지도 못한 것을 나무 위키에서 읽으면 나머지 영화 시간을 조금 무난하게 치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다. 소개 글 모두 읽는 것을 의도적으로 피했다. 어찌 되었든 어느 블로거의 글에서 읽은 감상 소감 중 ‘매트릭스 카피형’이라는 평에 많이 놀랐다. 물론 상세한 내용을 일단 읽으려 들지 않았다. 나만의 리뷰를 써보고 싶어서이다. 어설프겠지만 말이다.

 

어찌어찌 영화를 모두 보고는 글을 쓰려 하니 또 난감. 나무 위키의 형식을 빌어와서 글을 써보기로 했다. 영화의 구성이 그랬다. 프롤로그, 1부 - 모든 것(Everything), 2부 - 모든 곳(Everywhere), 3부 - 한꺼번에(All at once)의 형식.

 

프롤로그

미국에 사는 중국인 가족. 부부에게는 딸이 있고 친정아버지가 계신다. 보아하니 딸은 백인종 여자친구가 있는 게이이며 문신을 하고 집과는 연락을 거의 하지 않아 부모 입장으로는 골칫거리이다.

 

남편도 문제. 대형 세탁소를 운영하는 마누라에게 이혼 서류를 들고 나댄다. 친정아버지는 딱 노인이다. 제대로 바쁜 딸의 세탁소 사무실 문을 열어 아침밥을 챙겨주지 않은 데 대해 소리 지른다. 굶겨 죽이려 드느냐,

 

이런 상황의 그녀에게 세무서에서 쪽지가 날아든다. 운영하는 사업체를 조사했더니 문제가 있다는 내용. 그녀는 앞으로도 뒤로도 나갈 수 없는 상황에 부딪힌 자신을 보면서 동시에 세상으로 눈을 돌린다.

 

자신뿐만이 아니었다 온 세상 곳곳에 자기 모습처럼 사는 또 다른 자기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세상은 온통 옹색한 가운데 가까스로 생을 지탱하는 자들이 자기처럼 지지부진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

 

대표 포스터 3. 영화 홈에서 가져옴

 

그녀는 사람들을 모셔 온다. 판타지 형식으로 자기 생 안으로 끌어들인 그녀의 대응 방법이 매트릭스형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녀의 모양새가 우리와 똑같은 일상의 차림이라서 나는 감히 매트릭스를 생각하지 못했을까. 너무 재미가 없어 영화 보기를 멈추고 자버린 어젯밤을 이겨내고 오늘 아침 다시 보기를 시도했으나 영 내 영화 스타일이 아니어서 들춰본 다른 이들의 감상 소감에서 매트릭스 운운을 확인하고서야 살짝 감이 왔다. 아마 판타지 영화를 그다지 즐겨보지 않아 그런지도 모른다.

 

나는 사실 현실형이다. 현실형이라니. 판타지도 현실을 기반으로 하는 것인데. 왜 판타지를 별개로 치냐고 내게 덤비던 영화 덕후가 있을 수 있겠다. 나는 그야말로 소시민형, 서민형, 바닥을 사는 인간 추구형 영화광일 따름이다.

 

매트릭스는 잘 생기고 멋지기까지 한 주인공 네오 역의 키아누 리브스만 남아 있을 뿐 그 영화 속 철학은 크게 탐색하거나 조사 및 연구까지 나아가지 못했으며 또한 안 했다. 영화 속 키아누 리브스의 검은색 롱코트에 그만 꼭 넘어가서 내 일상을 숨 쉬는 의상에 블랙 롱코트가 철철이 갖추어져 있는 원인이 되었을 수도 있을 뿐이다. 나는 키아누 리브스의 영화 중 ‘콘스탄틴’이나 ‘존 윅’ 시리즈, ‘레플리카’, ‘투 더 본’을 훨씬 인상 깊게 보았으며 내게 생각거리를 주는 영화들이다. 하긴 이 영화들도 대부분 세상과 가상을 들락거리는 것은 매한가지이지만.

 

에블린이구나. 양자경이 분한 여주인공의 이름. 에블린은 1부, ‘모든 것(Everything)‘과 2부, ’모든 곳(Everywhere)’에서 세상사를 진행하고 있는 모든 것, 모든 곳을 끌어모아 온다. 가상과 현상을 넘나들면서. 즉 매트릭스 시대와 시기와 공간을 초월해서. 자기 생의 과거와 현재를 부드럽게 뒤섞어서. 그리고 3부 ‘한꺼번에(All at once)’로 오면 그녀 에블린은 한꺼번에, 모두가 힘을 모아 한 곳으로 나아간다. 해결. 마음 모으기. 그렇담 에블린이 처한 상황이 매트릭스라 치고 그녀는 ‘모피어스’인가? 그럼 ‘네오’는 누구?

 

 

대표 포스터 4. 영화 홈에서 가져옴 we're all small & stupid

 

이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는 별개의 판이 존재하지 않는다. 현생이 곧 매트릭스이다. 이를 나무 위키에서는 또 ‘多重宇宙’, 즉 ‘Multiverse’라고 한다. 우리 우주 A 외에도 또 다른 우주들이 존재한다는 이론. ‘다중’이고 보니 곳곳에 각각의 형태로 각 처를 지배하는 철학이 존재하는 우주가 존재할 것이라는 설.

 

나는 ‘다중우주’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아가 이에 대한 나만의 생각이 있다. 어쩌면 우리가 사는, 소위 인간 존엄을 주장하는 ‘only one’의 인간 각자의 삶이 곧 다중우주가 아닐까. 내가 모피어스가 되면 네가 네오가 되고. 내가 네오로 있으면 네가 모피어스가 되는 나를 찾아 나서는~, 그런 인간사가 곧 멀티버스가 아닐까.

 

들먹일 수 있는 낱말들이 많다. ‘AI’이니, 가상 인간이니. 제4차 산업사회를 사는 인간이니 등등. 하긴 ‘제4차 산업사회’는 단순히 우리나라에서 구분하는 시대라고 하니 할리우드에서 만든 영화에는 들먹일 필요가 없는 것일까.

 

책을 읽어야 하는데 쓸데없이 글이 길어진다. 알찬 내용의 글도 되지 못하는데 말이다. 이 영화는 글을 쓰기도 힘들다. 여기서 멈추련다. 마치 코를 풀다가 멈춘 느낌이지만 자정이 되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양을 정해둔 책이 있다. 민태기 박사님의 ‘판타 레이’

 

어쨌든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2022)’은 한 번 더 볼까도 싶다. 궁금해서. 한 줄 평점에 등장한 칭찬의 문구들을 나도 맛보고 싶어서. 영화가 내건 문장 'we're all small & stupid.'의 속살을 만져보고 싶어서. 판타지와 코미디와 현실이 어우러져 마침내 완성해낸 인간의 정을 나도 맛보고 싶어라.

 

글이 산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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