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도 100퍼센트의 휴식
- 박상영 에세이
인터넷 플랫폼 영화 홈에서 그를 만났다. 박상영!
일 년 삼백육십오일 하루 한 편 정도에 해당되는 수의 영화 시청을 몇 년째 해오고 있는 나, 한국 영화는 거의 보질 않는데 갑자기 '한국 영화를 좀 봐 볼까'하는 생각을 하게 한 것은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소개였다.
나를 이끄는 힘이 너무 강해 나는 곧 '도서 대여'를 내 남자에게 주문했다.
"와, 한강 소설보다 더하네. 가까운 도서관에서 빌리려니 대기 순서 5야."
'그래, 나는 여지없지. 제대로 느낀 거지.'
"근데 멀리 떨어진 시립도서관 한 곳에 있다."
"빨리 다녀와!"
일곱 시간의 반신욕 끝에 책을 다 읽었다. 소설은 나를 사로잡았다. 연이어 그의 에세이를 읽고자 했다. 곧 빌려왔다.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
자전인가 싶을 정도로 써 내려간 그의 소설 독서 후에 부리나케 펼친 에세이는 우선 술술 익혀져서 참 좋았다. 작가는 소설에서 읽을 수 있었던 자기 의도를 철저하게 심은 문장으로 읽는 사람을 참 편안하게 했다.
일반 소설 독서 속도의 배는 빠르게 읽혀 가끔 멈춰
'이거 너무 가벼운 일상 흘리기가 아닌가?'
생각했다가도 사람의 뇌세포 활동을 짐짓 홀리는 바 있어 멈췄다가 다시 읽어가기를 서너 차례. 이내 난해한 문장으로 사람을 떨쳐내지 않는 문장의 특징이 큰 장점이라 여겨졌다.
작가가 에세이에서 밝힌 꿈을 글 속에서 그대로 실현하고 있었다.
'매우 유려하고 재미있으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고루 갖춘', '아무리 힘겨운 상황에서도 겨자씨만 한 행복이라도 찾아내는' 글이었다.
박상영의 힘은 인맥이라는 생각이 든다. 친구들이 그의 글쓰기를 뤼해 찾아다녔던 단 1%의 빈 틈을 찾는 데에 큰 몫을 해주었던 듯싶다. 내가 좋아하는 소설가 김연수 님 등 가파도 예술촌에서 만난 예술가들. 작가가 '감정의 경제성'이라 불러 드린 방송인 이금희 씨와의 만남. 부러웠다. 나도 김연수 님이 내려주신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없을까. 방송인 이금희 님으로부터 배움을 받고 '너는 너만의 길을 가라'는 말씀을 들을 수 있었다면 나도 나다운 생을 걸을 수 있었을까.
박상영 작가는 생 자체 하늘로부터 받은 문재를 타고나신 분 같다. 물론 그 스스로 끊임없이 자기만의 글을 써내려는 노력이 대단하신 듯싶다.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도 그는 글을 쓰기 위한 틈의 한 갈래로 마련한 것 같다. 지독히 평범하고 별 볼 일 없는 불행을 재화, 혹은 작품으로 치환하기 위한 꾸준한 삶을 산다는 것을 에세이에서 읽을 수 있었다.
센티피트 (Centipede). 제주 가파도 예술인 지원촌에서 만났다는 지네. 반가웠다. 내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일터 근무지가 섬이었던 때가 내게도 있었다. 월요일 아침 일주일 살림을 들쳐 매고 섬 사택에 들어가면 방 한가운데 모여있던 지네의 시체들. 새 생명을 얻기 위해 탈피한 듯 거죽이 말라있던 지네들. 나는 빗자루와 쓰레받기로 쓸어내면서 그들에게 말해주었다.
"얘들아, 어쩌자고 죽음에 이르는 파티를 이렇게들 초라하게 했니? "
오늘 박상영의 책 두 권을 더 읽었다. 그가 출간한 책을 모두 읽어보려 한다. 우선 재미있다. 그의 소설은 새롭다. 그의 문장은 충분히 독특하다. 박상영체!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