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전혀 '광고'가 아니다.
비젼VISIONS 물 끓이개? 뚜껑 없는 양수 냄비?
사실 이 글을 쓰기 위해 이 물상의 제품명을 한참 찾았다.
내 입력어는 '물 끓이기 도구', '물 끓이는 주전자', '갈색 물 끓이는 도구', '독일산 물 끓이는 도구- 독일산인지는 지금도 모른다. 그러 우연히 떠올라서 : 다시 찾아보니 몸체는 '프랑스산' 뚜껑은 중국산이라는~)'
등등등등등~
한데 한참 '이미지' 검색을 하던 끝에 떠오르는 우리글의 자음자는 'ㅂ'이었으며 이는 '비'로 연결되었으며 마침내 '비젼'이었다.
VISIONS이라는 브랜드의~
글쎄 정확한 이름은 아직 찾지 못했다.
나는 늘 요 녀석을 그냥 사용했던 듯싶다. 아마 가끔 '비젼'을 입에 오르내리게는 했으리라. '비젼'이 기억나는 것을 보면
하여 '물끓이개'라고 나는 명명한다. 물론 제 이름을 찾게 되면 당연히 명명을 변경할 것이고.
비젼 물끓이개 뚜껑 없는 양수 냄비?
오늘 요 녀석은 나를 살렸다.
아침 식사용으로 우유를 담은 그릇을 요 녀석 안에 담아 끓였다.
데워지겠거니 하고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데, 요 녀석의 반응이 평소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리'가 달랐다. 예전과 달랐다.
평소 요 녀석은 제 몸 안에 들어온 음식물 요리에 요란한 반응을 하지 않는다.
오늘은 달랐다.
채 몇 분도 되지 않아 우유를 담은 그릇과의 마찰이 또렷이 느껴질 만큼 달그닥거렸다.
게으른 나는 그 소리를 듣고 이상함을 의식하면서도 몇 분을 더 컴 앞에 앉아 있었고
요 녀석이 내놓은 소리가 '정말 이게 아니다' 싶어서 주방에를 갔더니.
'오우, 마이 가ㄷ'
요 녀석 안에 다른 용기를 담아 음식물을 끓이려 할 때도 당연히 요 녀석의 몸뚱이에는 물이 담겨 있어야 하는데.
나는 물 없이 불 위에 얹혀 놓았다.
요 녀석은 온몸을 바로 달구어대는 열기를 꽉 참아내고 앉아 있었다. 우유를 담은 그릇을 소중하게 껴안고 자리하고 있었다.
휴우~ 고마운! 보통 사용하는 물건들 같으면 이미 터졌어야 했고
이미 우유를 담은 공기는 박살 나야 했고
이미 우유는 레인지 위에 히벌떡허니 엎질러져 있어야 했는데~
제 모습 그대로 견뎌내고 있었다.
하여 '비젼 물끓이개'를 '내 생을 함께 한 물상들' 1호로 이곳에 정착시킨다.
요 녀석은 아마 내 셋째 언니가 사 준 것일 게다. 누구의 돈으로? 글쎄 전혀 떠오르질 않고. 그건 그렇고.
내 성장기를 함께 했다. 청년기와 성인기를 모두 함께 했다는 것이다.
사실 요 녀석보다 제법 크기가 작은 동생이 있었다. 세트로. 사실 고 녀석을 나는 더 가까이했다.
늘 혼자서 하는 삶을 즐겨 살아왔고 즐겨 살고 싶었기에 '1인용'이었던 동생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했다.
동생 녀석은 일찍 생을 다 했다. 구체적인 사망 이유를 떠올릴 수 없지만 어렴풋한 기억으로는 오랫동안 물을 끓였던 것인지 고 녀석은 제 몸에 금이 그어진 상태로 나와 이별을 했다.
요 녀석은 내 생의 반 이상을 여전히 함께 하고 있다. 제 온몸으로 '세월'과 '역사'와 '인간 삶'을 드러낸다. 제아무리 닦아도 제 몸에 입은 상처를 나는 해결해 줄 방법이 없다. 내 힘이 미치지 못하고 그다지 내 생활 습관이 요 녀석의 상처를 제거하고자 노력하지도 않는다. 한데도 요 녀석은 아무 말 없이 내 곁을 지킨다.
물론 요 녀석이 제 동생처럼 스러진다 해도 그닥 크게 슬퍼하지도 않을 것이다. 내 생은 '그러려니'로 일관된 지가 꽤 오래되었다. 잠깐 슬프다가도 나는 금세 잊는다. 왜? 이 이유는 나중에 별도의 란을 만들어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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