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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창작

가여운 삶 아래 흩뿌려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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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여운 삶 아래 흩뿌려질 수 있기를

 

철길 - 픽사베이에서 가져옴

 

어젯밤 급히 내려온 문장이다

내일까지 해결해야 한답니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일임을 직감했다

열차표 예매했다

 

서울행 편도

돌출된 혹은 응흉한 심보로 숨어있을 만약을 위한

 

왕복을 생각하지 않은 것이 내 남은 복이다

 

새날 내가 간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님을 알고 안도했다

오늘 움직여야 했으면

나는 일터에서 타인의 일정을 어그러뜨려야 했다

일터 온갖 사람들의 일정을 조절해야 했다

 

다행이었다 내가 원하는 방향의 해결은 아니었지만

한양으로 상행하지 않더라도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말에 그만

안도했다 지독하게 흥분했다

원하는 만큼 꽉 채울 수 없는 해결책이 아쉽기도 했다

 

그만 예매해 뒀던 열차표에 대한 기억이 사라져 버렸다

지운 것일 거다

깡그리

내 생에서 버리고 싶었을 거다

 

퇴근 시간이 되어서야 예매의 기억에 숨어들 수 있었다

열차표 앱을 바쁘게 움직였고

승차권이었다

가치가 사라진 것은 걸레다

 

반환하기는

정정당당한 릴레이래야 가능한 것

애당초 내 호흡은

바닥이 단단하지 못했다

 

봄맞이 검은색 멜빵 원피스라도 사 입으려던 계획을 버려야지

새봄맞이 전망이 우아한 브런치 가게에 가

눈의 호강을 누리려 했던 계획을

짓이겨야지

 

당분간 나의 호화스러움이 배출할 수 있는

휘황찬란한 배설을 찢어버려야지

그토록 원했던 그림을 사려던 계획을

파괴해야지

 

아그작아그작 아몬드와 땅콩 몇 알을 입에 쑤셔 넣어

연약해 가는 상태를 무시한 채

내 허술한 이빨을 부딪치면서 만들어내는 거친 음향으로

내 안에 쌓인 분노를 내다 버릴 수 있는 안도감을 까부셔야 한다

 

나다운 나를 내다 버려야 한다

내 손때 묻은 티끌이여

부디

가여운 삶 아래 흩뿌려지기를

 

액땜으로 연명하는 구깃구깃

오늘 밤에는

어여쁜 동자 걸음이 방긋한

부적을 깔아 몸을 누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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