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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붕어빵
몇 달
되었다네
퇴근길에 발견한 새로 생긴 가게 간판에서 읽은 낱말
대형 붕어빵
눈꼬리 이리저리 비틀어가면서
가게 내부 들여다보니
희부연 눈빛의 손님들
기다리고 있는 붕어
먹어보고 싶었다
한양 사는 언니와 통화 중에
확 눈에 들어온 간판 문구
대형 붕어빵
대형 붕어빵 있네
먹어보고 싶다야
먹어볼까
어서 먹어라야
먹고 싶을 때는
눈치코치 보지 말고
먹어라야
용기 백배하여 가게에 들여놓은 발
벽에 붙어있는
메뉴판
열에 가까운
목록
팥 붕어
치즈 붕어
사라다 붕어
피자 붕어
치즈 붕어를 골랐네
대형
대형이라더니
내 늙은 손바닥 정도
대형이지 못한 대형 붕어빵
중형이라면 모를까 너무 했네
치즈 대형 붕어빵이
이천원
아까웠네
세상에나
진짜도 아닌 가짜 붕어가
이천 원이라니
집에 돌아와
눈물 머금고서
한 입 두 입 베어 물었다가
씹어 삼켰다
어쨌든 붕어빵은 붕어빵
천원이 이천 원이 되었으니
당연지사 대형 붕어빵
붕어는 없지만 붕어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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