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

가을 - 김종길

반응형

가을 - 김종길

먼 산이 한결 가까이 다가선다.

사물의 명암과 윤곽이

더욱 또렷해진다.

가을이다.

아 내 삶이 맞는

또 한 번의 가을!

허나 더욱 성글어지는 내 머리칼

더욱 엷어지는 내 그림자.

해가 많이 짧아졌다.

 

시집『해가 많이 짧아졌다』(솔, 2004)

 

******************************************

사실 내가 좋아하는 김종길의 시가 있다. 

'성탄제'

이 블로그에는 '가을'이 먼저 왔다.

 

처절하게 동감한다.

점차 해 짧아지면서 본격적인 암담함으로 가는 길목의 가을.

뚜렷해지는 사물의 명암 그 아래 그늘의 음침함

그렇잖아도 작은 내 키는 옅어지는 빛의 힘 아래 스산하게 가라앉고

긴 밤을 무사히 지나가기 위해

내 홀로 세워둔 장승의 몸을 꼭 붙잡는다

장승이 몸부림친다

그대,

내 몸도 가누기 어렵소

깜짝 놀라 어젯밤 잠자리에 들면서 했던 다짐을 들춰낸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혼자 버티는 힘이다

힘없이 스러져 흘러내리는 머리카락 한 올을 가까스로 붙잡아 내 손목 안에 둔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