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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 김종길
먼 산이 한결 가까이 다가선다.
사물의 명암과 윤곽이
더욱 또렷해진다.
가을이다.
아 내 삶이 맞는
또 한 번의 가을!
허나 더욱 성글어지는 내 머리칼
더욱 엷어지는 내 그림자.
해가 많이 짧아졌다.
시집『해가 많이 짧아졌다』(솔,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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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가 좋아하는 김종길의 시가 있다.
'성탄제'
이 블로그에는 '가을'이 먼저 왔다.
처절하게 동감한다.
점차 해 짧아지면서 본격적인 암담함으로 가는 길목의 가을.
뚜렷해지는 사물의 명암 그 아래 그늘의 음침함
그렇잖아도 작은 내 키는 옅어지는 빛의 힘 아래 스산하게 가라앉고
긴 밤을 무사히 지나가기 위해
내 홀로 세워둔 장승의 몸을 꼭 붙잡는다
장승이 몸부림친다
그대,
내 몸도 가누기 어렵소
깜짝 놀라 어젯밤 잠자리에 들면서 했던 다짐을 들춰낸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혼자 버티는 힘이다
힘없이 스러져 흘러내리는 머리카락 한 올을 가까스로 붙잡아 내 손목 안에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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