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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내 어머니의 언어

간수하다

 

 

간수하다

 

저 푸른 하늘의 평온함을 잘 간수하면서 살리라. 내 마음의 건강을 위하여.

 

 

모두 다 못 살던 시절이었지만

 

자식이 많았던 내 어머니.

유달리 경제생활이 팍팍하셨을 게다.

팍팍하셨지.

 

생활 속에서 늘 우리에게 '절약'을 몸소 보여주셨다.

내 것, 네 것 할 것 없이 '자기 것'이 없이 살던 내 형제자매들은 

그런 어머니로부터 조그마한 것 하나라도 소중히 안고 살아야 함을 체험하였다. 

 

어쩌다 한 번 값나가는 물건을 사 주실 때면 

"잘 간수해라, 잘 간수해라. 잘 간수함서 정을 줘라. 그래야 진짜 네 것이 된다."

라고 늘 말씀하셨다. 

 

그런 성장과정 덕분에 근검절약이 생활화되어 살아왔지만

'책'과 '음반'에는 돈을 아낄 수 없었다. 

아하, 그리고 또 하나 큰 덩어리,

나는 가끔씩 '그림'을 산다. 

 

크크크

소위 '아마추어 컬렉터'

 

간수하고 간수하고 또 간수하면서 정을 줬더니

문제는 '미니멀리즘'을 실천할래도 

책이 나를 붙잡고

음반이 나를 붙잡고

그리고 그림이 나를 꼭 붙잡고 있다. 

 

어쨌든 이쯤에서 살림을 좀 정리하고 싶다.

하여 후배에게 책을 건네기 시작했다. 

그 후배는 말하지 않아도 

내가 건넨 내 소중한 책들에게

기꺼이 큰 정 줘가면서 잘 간수하리라.

소중한 자기 책으로.

 


표준국어대사전 참고

간수-하다 [ 간수하다 ] 동사

간수하여(간수해) 간수하니(간수하니)

원형 간수

어원 <간슈다<석상>←간슈+-

유사어 ‘건사하다’ : 중세국어와 근대국어에는 ‘간다’도 존재함.

 

I. 물건 따위를 잘 보호하거나 보관하다.

- 언니는 첫사랑 남자 친구로부터 받은 반지를 자기 비밀창고 속에 간수하였다.

 

‘간수-하다’의 역사정보

간슈다(15세기~19세기)>간수다(19세기)>간수하다(20세기~현재)

 

설명

‘간수하다’의 옛말인 ‘간슈다’는 15세기 문헌에서부터 나타남.

‘간슈다’ : 합성어

명사 ‘간슈’ + 동사 ‘다’

중세국어와 근대국어 시기에 ‘간슈다’는 “잘 보살피고 돌보다, 보호하다”의 의미였음.

주로 물건 등을 보관함을 뜻함.

현대 국어의 ‘간수하다’보다 의미가 더 넓었음.

 

이형태/이표기

간슈다, 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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