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무럽다 · 이므럽다 · 이무롭다 · 임의롭다 그리고 이물없다
제법 성장하고 나서 자주 듣던 낱말이다.
이무롭다.
내가 알고 있는 형태는 '이무롭다'이다.
초등학교부터 시작된 유학생활. 유학이래야 국내, 농촌에서 도청 소재지였던 도시로 딱 두세 단계 업그레이드된 학교생활을 말한다.
6학년 겨울방학이었다. 중학교 준비를 위한 때이기도 했다. 준비래야 마음만 부푼 채 '공부'에 대한 압박감을 조금 느끼고 있을 뿐이었다. 뭐 할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당시 '상하방'을 꾸려 자취를 하던 차라 손주 손녀 식사 해결 등 치다꺼리를 해주시던 할머니를 모시고 올라올 차림으로 하향했다. 결국 할머니는 못 모시고 왔다.(이 이야기는 나중에 긴 글로 쓰고 싶다.)
마을에는 족보상 윗대의 사람인 친구가 있었다. 나와 이름도 비슷했다. 같은 성씨에 이름 자의 첫 글자가 같았고 마지막 이름 자는 종성이 없는 내 이름 자에 종성 'ㄴ'이 있었다. 아마 나이는 나보다 두세 살 더 먹었으리.
오랜만에 하향을 했고 일주일 여 머무름을 생각하고 하향했으나 갑자기 모시고 올라갈 예정이었던 할머니가 편찮으셔서 내 고향집 생활이 길어져갔다. 너무 심심했다. 어중간히 먹은 도시 물이 시골 며칠을 못 견디게 했을까. 나는 성은 물론 이름자까지 비슷한 친척이자 친구인 그 친구를 만나러 가겠다고 집을 나서려던 참이었다.
"엄마, 나 그 친구 집에 놀러 갔다 올게요."
"친구는, 집안 족보로 니 윗대다. 언행을 조심해라. 워낙 신중한 아이이니 어중간한 도시 생활 앞뒤 없는 말로 사람 기죽이지 말고."
"알았어요."
"너 여기 살 때도 같은 학년이지 그리 이무로운 사이도 아니었어. 공부도 잘하고 참하고."
그 친구의 지적인 기운은 내 감히 넘볼 상황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어머니 말씀마따나 결코 '이무로운' 사이가 아니었으므로 그날 그 친구네 방문은 내내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아마 한 시간도 채 앉아있지 않고 집으로 돌아왔을 게다. 그 친구는 지금 어찌 살고 있을까.
이후 나는 어머니로부터 인간관계에 관련된 훈계를 들을 때마다 '이무롭다'를 늘 들어왔다.
발음 그대로 '이무롭다'로 알고 있던 이 낱말을 대학 때 우연히 찾은 사전에서 여러 형태의 글자로 존재함을 알게 되었다. 여러 지방 사투리로 범람해 있었다. 그리고 '이물 없다'라는 낱말을 습득하고서는 혹 '이무롭다'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던 차 이번에 야무지게 들쳐보기로 한다.
이무럽다 · 이므럽다 · 이무롭다 · 임의롭다
<표준국어대사전>
임의롭다 [任意롭다] 혼종어 형용사 일반어
일정한 기준이나 원칙이 없어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
- 임의로운 선택.
- 수족이 임의롭다면 무슨 일인들 못하랴?
- 전라남도 : 이무럽다 이므럽다 이무롭다
- 전라북도 : 임우롭다
출처 <우리말샘>
이물 없다 이물-없다
1. 형용사 [방언] ‘허물없다’의 방언 (충남)
- 오는 이가 사무 오니께 이물 없잖아. - 번역 오는 이가 항상 오니까 {허물없잖아}.
'이무롭다'와 '이물 없다'는 어떤 관계일까. 사뭇 비슷한 분위기가 느껴지는데 문서 상 관련 있음을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