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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내 어머니의 언어

고샅에서는 늘 조심하거라

 

 

'고샅'

 

이 산 오르던 길에 있던 고샅

 

 

뒷산에 오른 이가 코로나로 집콕 중인 내게

벌써 피어난 진달래꽃을 찍어 전해왔다.

 

아침 일찍 그 사진 보고서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줄곧 나 태어난 시골집에 생각이 머물러 있다.

 

 

고샅은 마을의 좁은 길목, 또는 좁은 골짜기의 사이를 뜻한다.

윗집 아랫집 건너집 등등

옹기종기 모여사는 시골 촌마을은 '비밀'이 없었다.

집 곳곳의 비밀들이 '고샅'에 모였다.

그리고 사람들은 '고샅'에 들러 이 집 저 집 소식들을 담아왔다.

 

우리 마을에서는 특히 산으로 오르던 길에 있던 골목길이 대표적인 '고샅'이었다.

그곳에 가면 산을 오르기 전에 마을을 살아 숨 쉬게 하는 물이 흘렀다.

여름, 장대비 내리는 날 끝에 상돔(마을 윗 돔) 사람들은 늘 '고샅' 물 흐르는 곳으로 모였다. 여름 다 되도록 아직 빨지 못한 온갖 빨래들을 이고 지고 모여들었다. 

장대비 끝 '고샅'을 흐르던 물은 그 살이 강력했다. 나처럼 빼빼 마른 아이들은 잘못하여 넘어지면 물살에  쓸려 내려갈 수도 있었다. 물론 크게 넓은 곳은 아니어서 내려가다가도 나뭇가지나 돌, 바위 등에 걸리거나 얹히겠지만 늘 '자식들' 생각하면 '좌불안석'이시던 어머니는 졸졸 자신을 따라 나온 내게 말씀하셨다.

 

"고샅에서는 늘 조심해라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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