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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창작

미처 확인하지 못한 채 떠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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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처 확인하지 못한 채 떠나왔다

 

 

뒤얽혀 코뿌리를 잡아 뒤흔들던 바람이 

지레 겁을 먹고 찌든 냄새를 내뿜었다.

설익은 과실의 배 속으로 걸붉어진 우리들의 터전이 담겨졌다

와장창창

시류에 휩쓸린 바람의 흔적은

존재의 시련을 붙잡아 숨 쉬는 사람을 고르느라 바빴다.

공중 정원 유리창이 으깨어져도 놀라지 않았다

가루 유리를 성글어진 대빗자루로 쓸어담아 

버얼건 혈 가득 넣은 선지국을 끓여야 했다

한 끼 배를 채울 양으로 보튼 강물이 채워졌다

서툴게 발효된 일상이 너울춤을 추고 있었다

미처 확인하지 못한 너의 꿈이 얼키설키

가새표를 그으면서

과거로 가는 느린 열차에 몸 실어 떠나가고 있었다

우리들의 대화는 새 계절의 문 앞에 서서 

여전히 시린 눈으로 세상을 바라봐야만 했다

나는 너의 존재를 미처 확인하지 못한 채 떠나와야 했다.

느린 안부로 생의 염려를 전한다.

 

남자가 찍어보내준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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