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일 년 대사 인생대사!
우리 엄마는 어찌 해냈을까.
오늘 김장이라는 것을 했다. 난생처음!
나이 들고 보니 우리 엄마가 담그시는 김장김치가 먹고프더라고. 기억을 떠올려서 계획을 세웠다네.
한데 제동이 걸렸음. 옆사람이 도와준다더니 두 손 두 발 다 들고서 튕기더라이.
"오우 마이 갓! 나 준비 못 하겄습니다요. 김치 속(소스)을 준비하는데 이 많은 준비물이며 절차며 손질이 뭐요. 나는 못 하겠소."
하여, 김치 속은 소비자의 댓글들 참조해서 검증을 거쳐 골라서 주문하고, 하기야 절임배추도 주문해서 했구나.
언니로부터 전수받은 김장 레시피. 이곳에서 조기는 빠졌다. 우리 엄마가 해주시던 김장김치를 떠올리면 꼭 들어가야 맞는데 손질해서 파는 곳이 없더라. 굴(석화)도 뺐구나. 요즈음 굴은 오염되어서 안 된다나. 미나리, 갓, 쪽파, 사과와 배는 사 온 김치 속(소스)에 따로 사 와 추가해서 넣었다.
아, 마늘과 양파, 무, 당근도 추가했구나.
"내년에는 김치 속을 찹쌀죽을 쒀서 집에서 하는 것이 낫겠다. 어차피 추가하는 것들이 많으니 집에서 하자."
라고 했더니 옆에서 손사래를 친다.
"차라리 매일 밤 외식을 하자."
하루 한 편 이상 영화 보기며 하루 일백 페이지 이상 독서를 하는 맛으로 사는(독서는 몰아서 한다) 나의 생활 습관에 맞춰 외식은 일 년에 십 여 차례 안팎인 우리 집! 우리 집은 김치가 재산이렸다. 하여 김장을 했다. 레시피를 전해준 언니가 김치 속이 남을 것이라며 '총각무 담기'도 하래서 함께 했다. 드디어 했다. 해냈다.
아, 우리 엄마는 몇 백 포기를 어찌하셨을까.
열여섯 포기의 김장을 했는데 온몸이 쑤신다. 내일 아침에는 분명 끙끙댈 듯싶다. 김장김치에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을 들이켜고. 블랙홀의 노래 '깊은 밤의 서정곡'을 들었다. 그리고 정영진과 최욱의 <웃다가>를 보고.
아. 인생대사 일 년 대사 김장을 마쳤으니 어젯밤 보다가 만 영화 <인생대사>를 마저 보고 자야겠다.
'김장 좀 했다고 온몸이 찌든 것을 한탄하는 나. 얼마나 다행이냐. 그래도 내 사는 곳이 이곳이니~, 전쟁이 있냐, 재난이 있냐, 감히 독재가 있을 수 있냐~'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