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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하루 공개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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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린다.

 

딱 이런 상태의 내 심사이다. 사실은 한심스럽다는~

 

얼마 전 통화했던 손아래 동서의 말이 떠오른다.

"형님, 거기 그거 있잖아. 마이나스 난 주식 말이야. 그것 없애고 내가 말하는 것 사!"

 

잊었다. 잊어버렸다. 일터에서 증권회사 창이 잘 열리지 않는다. 나는 그날 열어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바빴다. 어쩌자고 딱 그때 바쁜지. 늘 바쁘지만 어쩌다가 한 번씩 휴식을 맛보는 시각이 왜 나의 일상에서는 필요한 때에 오지 않는지. 

 

나는 대부분 잊고 산다. 특히 경제 분야에서는 그렇다. 

'내 것이 아니려니. 아마 누가 내게 그런 정보를 줬을지언정 나는 하지 않았을 거다. 맞다. 내 것이 아니다. 나는 이 정도로 사는 것이 맞다. 평소 관심 갖고 하던 것 열심히 하면서 살면 된다. 내가 하는 짓들은 모두 돈이 크게 필요하지 않다. 그냥저냥 내가 처한 상황에 딱 맞게 나는 나 혼자서 잘 산다.'

이런 식이다.

 

그젯밤은 아니었다. 손위 언니의 전화는 이런 내용이었다.

"아, 너무 화가 나서야, 저쪽 그것 몇 백 손해난 것 다 팔아불고야 요즘 뜨는 것 샀다야. 그랬더니 살 때부터 지금까지 해서 백이 올랐다야. 나, 이것 누가 말한대로 한 3년 그대로 둘란다야. 쳐다보지도 않고 말이야."

하루를 정산하는 시각, 그젯밤 자정 다 되어 언니와의 통화 내용이 떠오르면서 순간 가슴이 뒤틀렸다. 왼쪽 가슴이 오른쪽 가슴을 치자 오른쪽 가슴이 앙앙 울었다.

'으째 그리도 못맞추는가. 나는 대체 경제적으로는 뭘 하고 살아왔는가.'

 

잠이 오질 않았다. 여기 저기 산만하게 흩어져 있는 것들 좀 모으면 꽤 될 텐데. 나는 차곡차곡 모아온 나의 경제를 나의 자식에게 한 푼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으리라 여기고 그대로 뒀다. 그러니까 모두 예금이며 적금이며 연금이자 비과세들이다.

한데 주식에 손을 대면서부터 생각이 바뀌어간다. 바뀌어가는 속도에 좀 가속으로 바뀌면 좋았을 텐데. 그 속도에서 깨달은 바를 용기있게 저지를 수 있는 힘이 솟아났으면 좋았을 것을. 나는 무서워서 그대로 꽉 쥐고 있었다. 

 

이번에도 그랬다. 이재에 밝은 손아래 동서가 늘 나에게 말한다.

"형님, 그러고 살지 마. 좀 움직여. 남의 말도 좀 듣고. 손해도 각오하고 한번 해 봐. 저질러 봐. 이제는 형님처럼 하고 살면 살기 힘들어. 돈이 넉넉하게 있어야 뭘 하고 살지."

 

이번에도 동서는 내게 기회를 줬다. 물론 동서도 지쳐서 딱 한번 말하는 것으로 끝! 이제 내가 움직일 때다. 어서 발걸음을 바쁘게 할 때다. 하여 어제 아침 나는 동서가 말한 것 중 최근에 가장 덜 오른 것이면서 대기업의 명패를 머리에 붙들고 있는 주식을 샀다. 나도 언니처럼 3년 아니 5년은 안 볼 수 있는 돈이다. 한데 어젯밤 자정, 영화를 보는 도중에 열고 말았다. 오후, 장이 끝나고 나를 덮친 암울한 경제뉴스의 내용이 떠올라서이다. 

 

이럴 때는 욕을 한 바가지, 세상을 향해 들이붓는 거다.

"아우, ㅆㅂ!"

 

흔들리는 것이 사실이지만 일단 하자.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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