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킹 온 헤븐스 도어 Knockin' On Heaven's Door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89분
1998.02.28.
액션, 범죄, 드라마, 코미디
감독 토머스 얀
틸 슈바이거, 얀 요제프 리퍼스, 레오나르드 란싱크, 코넬리아 프로보에스, 랠프 헤르포스 등 출연
같은 병실. 말하자면 2인용 중병 환자들의 입원실에 마틴과 루디가 입원한다. 마틴은 뇌종양, 루디는 골수암 말기. 그러니까 시한부 인생을 진단받은 두 사람.
둘은 미루어 짐작하건대 하는 짓이나 생각, 마음이 딴 판이다. 둘은 얼마 남지 않은 시한부의 생을 어떻게 일궈낼까.
한데 둘의 생각이 하나가 된다. 단 한 번도 바다를 보지 못한 루디, 그를 위해 마틴이 둘이 함께하는 마지막 여행을 시작한다. 짐작했으리라. 바다를 보러 가자. 그래, 루디야, 내가 바다를 보여줄게. 네 생 바다를 보러 가기 첫 번째에 내가 동행을 해 줄게.
둘은 돈이 없다. 무작정 나섰던 것. 우선 돈을 확보해야 한다. 하여 훔친 차에 ‘하필’이라는 낱말이 따라붙는다. 그렇다. 그들이 훔친 차는 100만 마르크가 들어있는 순 저질 악당들의 스포츠카.
뭐가 무서우랴. 어쨌든 떠난다. 이런 돈을 만지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인생 끝에 스스로 굴러들어온 것이라고 여기자. 이런 돈은 마구 쓰는 거다. 내가 내뱉은 말이다.
“자, 소원을 말해봐, 루디.”
“그래, 어서 가자. 마틴. 바다로 가자!”
왜 하필 이 고상한 여행에 악당을 잠입시켰을까. 왜 경찰이 두 눈을 곤두세우고 둘을 추격하는가. 아, 그들의 우아한 마지막 여행에 무게를 입히는 거다. 악당을 벗어나고 경찰의 손과 발을 주눅 들게 하는 둘의 행위는 생의 마지막 여행이기에 가능한 것일까.
어렵사리 도착한 바다래야 둘이 들어설 수 있는 천국의 문이 가볍게 열릴까.
몇 번을 봤을까. 90년대 최고의 명작이다. 90년대 최고의 영화 ost이다. 아직 이 영화를 안 본 사람들은 영화를 봤다고 말하지 말라. 어느 영화 홈에서 ‘범죄’영화로 분류되어 있던 것에 분노했던 때가 떠오른다. 지금도 그렇게 분류되어 있을까. 하, 그럼 나는 어떤 영역에 이 영화를 세워야 할까. 곳곳에 가능하다고 여긴다. 이 영화는 보는 인간의 영육 그리고 심리 곳곳을 두드린다.
밥 딜런이 부르는 ‘노킹 온 헤븐스 도어(Knockin’ on Heaven’s Door)’
‘엄마, 내 총을 내려놓게 해주세요. 난 더는 총을 쏠 수 없어요. 길고 어두운 구름이 몰려오고 있어요. 마치 천국의 문을 두드리는 것같이.’
바야흐로 천국의 문 앞에 서 있는 루디와 마틴. 바다였다. 데낄라와 담배.
‘나도 저렇게 죽고 싶다.’
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한데 어떡한담. 데낄라도 마시지 못하고 담배도 피울 줄 모르고. 그리고 내 곁에는 루딘도, 마틴도 없으니.
이번 주에 꼭, 다시 한번 봐야겠다. 느닷없이, 자정 가까운 시간의 오늘, 이 영화를 떠올리는 것은? 영화평론가 이동진의 유튜브를 봐서이다. 그가 ‘영화 보는 방법’에 대한 강연을 하는데 엔딩의 중요성을 말하더라. 살자고, 운동해서 건강하게 살자는 마음으로 집 가까운 초등학교 운동장을 열심히 걸으면서 강의를 듣는데, 딱 떠오르더라. 내게 남아있는 가장 아름다운 엔딩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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