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피
빤한, 결과가 딱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그래, 빤했지만 사람을 붙잡은 어떤 긴장. '베니시오 델 토로'이므로! 그래, 영화 ‘시카리오 시리즈’를 봤다면~
미국
스릴러, 미스터리
2023.
136분
그랜트 싱어 감독
베니시오 텔 토로, 저스틴 팀브레이크, 에릭 보고시안 등 출연
부동산 중개업자 간 사랑이려니 했는데 시작부터 여자의 반응이 시큰둥했다. 혹 남자의 간섭에 진저리가 났을까 생각되는 상황의 여자. 여자는 남자에게 전혀 사랑을 느끼지 않고. 그리고 며칠 뒤 자기 일터인 부동산 중개실로 출근한 남자의 여자가 집안에서 잔인한 방법으로 죽어 있다.
‘톰. 베니시오 델 모로는 너무나도 뻔해.’
하려는 찰나, 사건 담당자가 된 톰이, 델 모로가 눈을 히번덕거리면서 거리를 잰다. 아, 이제는 사는 것처럼 살아야 하지 않을까?
나이 지긋한 선배들. 톰에게 일을 맡기고는 깔짝거린다.
“적당히 해, 네 본 모습을 돌아봐. 그런 사람이었잖아?”
비아냥거리는 투로 후배에게 본 모습을 들먹이는 칠십 오락가락한 나이대의 선배 둘.
‘그래, 정말로 번하구나. 이 영화를 봐, 말아?’
이곳저곳을 뒤적여보는데 N 플랫폼의 블로그에서 검색된다. 눈에 들어온 문장은 다음이다.
‘영화 탈피. 왜 안 봐?’
그래, 나도 보기로 했다. 영화 ‘시카리오’를 잊지 않았으므로 그 영화의 주인공 ‘델 모로’ 출연은 그냥 넘길 수 없다.
톰은 완전한 몸매의 여자 친구가 있고 결혼을 꿈꾸고 있다. 한데 그녀는 톰을 비아냥조로 갖고 노는 한 선배의 조카. 자기 병을 들먹이며 곧 죽을 것처럼 했던 기분 더러움을 느끼게 하는 남자, 그러므로 세상 초월한 듯 사는 천하의 비렁뱅이 꼴로 살아갔으면 싶은 남자. 또 한 선배는 지저분한 보스. 굵은 근육으로 우선 사람을 제압하려 드는 전형적인 비겁 남아 스타일. 그는 값비싼 시계를 건네면서 톰을 주물럭거리려 들고 안 먹히자 대놓고 톰의 옛 시절을 들먹이면서 조롱하는 못된 놈의 경찰.
위에서 들먹인 영화 탈피를 왜 안 보느냐고, 델 모로 출연에다가 저스틴 팀브레이크가 있는데 왜 안 보느냐고 했던 그 블로거의 말대로 보길 잘했다. 빤한 클리셰도 맞았다. 호불호가 있을 것은 당연했다. 나도 그랬다. 중간쯤에서 그랬다.
‘이것, 괜히 보는 것 아냐? 지리멸렬의 대표 아냐?’
라고 했다.
지루함의 위기를 넘기니 뻔한 클리셰에서 솟아나는 색다른 줄기가 있었으니, 사실은 별것 아니지만 어떤 긴장감, 델 모로가 몰고 가는 긴장감이 내 두 눈과 시각을 쥐고 놀더라.
스포일러가 될 생각이 없어 여기에서 멈추는데, 사실 스포일러가 되고만 듯싶어 안타깝다. 다만 스포일러 운운하지 말라. 어쨌든 델 모로의 이마를 덮은 주름살만 봐도 괜찮지 않은가. 무대를 불 지르는 혈흔의 춤이 부족한 것은 물론 문제이다.
내가 주는 평점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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