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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영화

동경 이야기 東京物語, Tokyo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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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 이야기

동경 이야기 東京物語, Tokyo Story, 1953 전체 관람가
드라마 일본 136분 2014. 08. 16. 재개봉 2002. 05. 28. 개봉
 
오즈 야스지로 감독
 
류 티슈(히라야마 슈키시), 히가시야마 치에코(히라야마 토미
<네이버 영화>에서 가져옴

 

역사는 전쟁이 가른다. 그 앞과 뒤를.

 

제2차세계대전이  끝났다. 화면은 흑백이다. 지금 만들었더라도 흑백을 택하지 않았을까. 여전히 온 세상이 '음울한' 상황이며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영혼은 무채색으로 무겁다. 어찌되었든 살아야 한다. 

노부부, 교육 분야에서 일하셨던 남편과 그 남편을 유교주의적 가치관에 의해 '순종'을 사는 아내. 노년 중에 태어난 막내딸과 사는데 막내딸은 교사이다. 

교사는 일반적으로 자식교육을 제법 잘 한다. 물론 아닐 때는 의외로 극단을 간다. 교사의 자녀교육은 극에서 극을 오가더라는 내 주변 사람들을 본 통계. 어줍잖은~ 

하여 노부부의 장남은 의사, 장녀는 제법 자기 직업에서 높은 순서에 위치한 큰 딸은 미장원을 개업해서 운영 중. 둘째 아들은 전사. 셋째 아들은 도쿄와 노부부 기거지의 중간 정도의 중소도시에 사는 회사원.


노부부가 도쿄에 간다. 성공한 자식교육을 잔뜩 위시하면서 '축 상경!'


 
결혼하여 도쿄에 살고 있는 자식들을 만나기 위해 노부부가 상경한다.


도시는 바쁘다. 종전이 어제. 사느라 바쁜 자식들의 생활에 노부부가 뜻밖에 삽입된다. 다다미방들로 꽉 채운 일본식 주택의 실내가 배경을 채운다. 직선들의 반복이 유연성을 용납하지 않은 당시 현실을 반영한다. 

부모의 도쿄 구경을 준비하는데 환자가 발생한다. 왕진을 가야 하는 장남. 장남은 아내의 외출을 금지시킨다. 집을 지켜야 한다? '병원'이라는 관점에서 오는 환자들을 맞으라는 것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아내는 의사가 아니지 않은가. 집을 지켜야 하므로 부모님의 도쿄 구경에 안내자로 나서는 것은 안 된다? 그는 앞뒤 분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꽉 막힌 사고의 생을 사는 것이 아닌가. 

노부부는 장녀의 집으로 이동한다. 그녀는 바쁘다. 관상으로 그녀의 성격을 그대로 내보이는 솔직녀. 딱 지금 내 모습이다. 세상 모든 일에 불만 투성이이다. 제 생을 제 스스로 갉아먹을 상. 나는 그녀를 보고 내 관상을 끌어내려 묻어버리기로 했다. 철저하게. 하여 장녀는 전사한 남편을 여전히 안고 사는 둘째 며느리네로 떠밀린다.

작은 며느리네는 노부부의 핏줄이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다. 둘째에게는 아이도 없다. 둘째 며느리. 그녀는 여전히 남편을 액자 속 사진으로 모셔놓고 홀로 생을 살고 있다. 둘째 며느리는 장남과 장녀에게서 받은 환영과는 비교되지 않는다. 깍듯하다. 풍성하다. 진심이다. 진심이야. 물론 조심스러운 것은 있겠지.

장녀는 장남과 함께 부모를 자기네들 생활에서 어서 떼어내기로 한다. 오직 바빠서라고 하자.

노부부는 유명한 온천으로 옮겨진다. 문제는 이름 있는 관광지라는 것이다. 하필 온천에는 신혼부부가 와 있다. 신혼인지 불륜인지 알 수 없는, 일단은 부부. 일종의 혼인잔치가 온천에서 진행된다. 이른 잠을 들어야 할 노인들은 쉽게 수면의 선상에 들어설 수 없다. 고통스러운 밤이다. 

자식의 현실을 직감한 노부부는 남은 날이 걱정스럽다. 노부부는 도쿄에서의 마지막 밤을 분리 상태로 지내기로 한다. 남편은 친구들을 만나기로 하고 아내는 둘째 며느리네에 가서 하룻밤을 지내기로 한다. 둘째 며느리는 여전히 효부이다. 아내는 며느리에게 재혼을 권유한다. 남편이 문제이다. 늙은 남자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자기 신세를 술로 드러낸다. 할 수 있는 방법이 이것밖에 없다. 결국 장녀네 집에 친구까지 끌고 들어온다. 장녀는 남편 앞에서 아버지를  탄원한다. 술버릇과 젊은 시절 아내와 자식들을 귀찮게 했던 아버지.

자식들에게 '짐'이 되고 있음을 깨우친 노부부는 어서 하산하기로 한다. 도쿄에서 집은 너무 멀었다. 할 수 없이 중간 쯤에 위치한 곳에서 살고 있는 셋째 아들에게 하룻밤을 의지한다. 셋째라고 여유를 담보로 한 생활이기에는 종전에서 너무 가까운 날이다. 셋째는 세상만사에 지쳐 있다. 감성을 이미 버린 상황이다. 


귀향.

아내는 몸을 추스리지 못한다. 늘 '마지막'이라는 말을 서두에 달아 이야기하던 도쿄 여행을 자기 말대로 시행한다. 세상을 하직한다.

'통곡'을 흉내내는 장녀는 바로 값나가는 어머니의 물건을 유물로 챙겨가고 어머니에 앞서 가지 못한 아버지를 들먹인다. 그리고 장남과 함께 바쁜 장녀는 어서 집을 떠난다. 이미 남인 둘째 며느리를 남겨놓고서. 며느리의 앞날을 걱정하는 시아버지 앞에서 둘째 며느리는 마침내 '벗어날' 것을 선포한다. 물론 지극히 예의바르게. 혼자 남은 노인과 막내딸의 말처럼 둘째 며느리는 남인데도 끝까지 현장을 인내한다.

시아버지는 아내가 남긴 최고의 의미있는 물건인 듯싶은 시계를 둘째 며느리에게 건넨다. 


기차 안의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시계를 손바닥 안에  꼭 싸 안는다. 기차가 뚫고 가는 레일 앞으로 서서히 무채색을 걷어내는 길이 도쿄로 향한다. 


이 영화는 1953년 제작된 영화이다. 우리나라는 나라 안 전쟁의 진짜 전쟁 끝이었다. 아직 이런 상황은 꿈도 꿀 수 없었다. 우리는 8,90년대에 와서야 가능했을 이야기이다. 그리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자본주의'로 치닫는 '꿈틀거림'의 강도가 무섭게 확장될 시기의 것이다. 

미래는 더 무서울 것이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평론을 읽다가 발견한 영화이다. 이제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봐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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