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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내 어머니의 언어

땔싹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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땔싹 2

 

어머니와 딸 - 픽사베이에서 가져옴

 

땔싹 컸다

커버렸다

사람을 오랜만에 만났더니

눈 앞에 펼쳐진 변화 무섭더라

어제 만났던 사람인 듯싶은데

오늘 보니 땔싹 컸더라

하기사 만만 년은 넘었을 

우리 서로를 기억에서 지운 채 살았던 세월 오래

땔싹 자란 사람의 키

사람의 무게 무섭더라

저항의 품을 담아 덤비더라

대응하더라 잠자코 있지 않더라

땔싹

땔싹 큰 채

내 어미의 언어로

내 앞에 그렁그렁 눈물을 쏟던

내 안에 여전히 자라고 있는 

이제는 푸대자루 가득 터질 것 같은

비리고 퍼진 마음 안으로 꽉 찬

땔싹 큰 어른 아이

나와 너

그리고 우리

 


무엇때문에 이 낱말이 떠올랐을까.

 

일터에서 추진하고 있는 행사로 여러 날 바쁘다. 오늘 행사일에 앞서 마지막 점검을 다녀왔다. 돌아오는 길에 소주에 좀 내장을 적실까 하다가 참았다. 혓바늘이 돋아 '쭈삼매운탕(쭈꾸미와 삼겹살을 함께 요리한)'을 먹는 것도 힘들었다. 어서 그날이 지나가기를. 5월 31일!

 

여전히 그 자리라 생각되는 곳에서 맴돌고 있는 나의 생이 부끄러워 어릴 적 기억을 떠올렸다. 어서 좀 크라고 애쓰시던 내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 나이 먹도록 여전하다면 나는 언제 자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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