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ㅇ난감
- 소위 '인간 이하'라 못 박을 수 있는 인간들의 세계. 그러나 '그들은 지극히 인간다웠다'라고 하면? 그야말로 난감한 살인자들의 이야기인데 말이다.
몇 번이나 멈췄다. 다시 켰다. 이어 봤다. 여러 번을 후회했다. 끝까지 봤다. 다 봤다.
우연히 시작되는 살인? 아니다. 정착하지 못한 한 인간 젊음이 고난의 젊음을 통과하는 서사이다.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것이다. 주인공 탕이의 살인에는 이유가 있다. 구체적인 들춤은 이탕의 살인만 내놓기로 하고!
이것을 왜 봤을까. 왜 보는 것을 시작했을까. 결국 멈추지 않고 계속 본 것은 뭘까. 인간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훔쳐보기. 내가 해서는 안 될 삶을 사는 이를 들여다보는 은근한 짜릿함을 맛보고 싶었을 것이다. 인간이기에, 해서는 안 되지만 때로 하고도 싶어지는 때를 맞을 때 떠오르는 그 징그러운 간절함을 무마시킬 수 있는, 말하자면 인간의 기본 예의를 지키고 사는 이의 알량한 속내의 지저분함을, 결코 들키지 않는 방법으로 경험하여 청소하고 싶었을 것이다. 마치 인간계 헌법처럼 자리하여 무능한 인간들을 지배하는 '인간다움'에 대한 규칙 안에 자리한 넌저리를 해소할 수 있는 한 방법으로 본 것이리라.
기분이 너무 나빴다. 이유가 뭘까. 그러면서도 끝까지 보고, 한편 드라마 속 인물들의 행동이 이해되는, 어떤 경우, 지독한 '아니요'의 언행이었으나 '충분히 할 만한 것'이라고 생각되는 이내 박수를 치고 있곤 하는 이 드라마 보기. 무지하게 기분 나쁜 생을 꾸준히 살아낸 나의 인내가 이 드라마를 끝까지 본 이유이리라.
속이 욱욱거렸다. 뭔가 넘어올 것 같아 자꾸 가슴을 쓰다듬었다. 대체 왜 봤을까. 구토가 당연할 듯싶은 장면들 앞에서 나는 한편 '드라마 속 인물의 언행은 당연한 거야. 그게 진실이야. 그래야만 해. 그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래야만 해. 세상이 그렇고 인생이 그렇고, 사람이라는 것이 결국 그래. 상황에 맞게 행하는 거야. 맞아. 잘했어. 잘했다고!'를 외치고 있는 때도 있었다. 어떤 경우, 보통의 눈으로 당연히 '징그럽다'라고 여겨지는 언행 앞에 이렇게 외치고 있는 경우가 있었다. '잘했어. 얼마든지 그럴 수 있어. 그게 맞아. 그런 상황을 억지웃음을 흘리면서 살아가는 내가, 우리가. 멍청하고, 바보이니~. 사실은 비인간이야. 네가 진짜 인간이야. 당당하게, 치밀하게 인간들을 밟고 살아가는 네가 고마워.'
끔찍했다. 안 보는 것만 못하다는 생각을 수십 번을 했다. 봐서는 안 될 영화. 해서는 안 될, 그 이상의 삶이라는 생각이 어느 순간에는 들더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봤다. 등장인물의 비인간적인 언행이 사실은 지극히 인간적이라 생각되더라는 것이다. 드라마 속 상황과 거의 똑같은 상황을 수없이 겪어내는 보통의 인간들이 그런 치욕의 순간들을 그냥 넘어가는 것은 지극히 바보스러움의 표시였다는 생각이 들더라는 것이다. 그래, 마음으로. 진정 그랬다.
몇 화까지 있을까. 곳곳에서 멈추고 정보를 수집하려 했으나 멍청한 나는 '나무위키'를 검색하기 전까지 그 정보를 찾을 수 없어 머리 지끈거려야 했다. 그러면서도 부지런히 봤다. 때로 이유 없이 발로 차임을 당하던 사람이 이에 대한 보복을 아무 죄 없는 또 한 사람에게 날리는 것까지 용서하면서, 나는 무담시 아무 상관 없는 이에게 보복의 악순환을 저지르는 자를 거뜬히 용서하더라는 것이다. 왜? 그는 사실 무담시 하는 보복이 아니었다는 것을 곧 알아차렸기 때문이었지.
그렇담 죄 없이 당하는 이는 뭔 죄? 그래, 그것이 문제였으니, 이유 없이 당하는 자를 위한 보살핌을 누가 해야 할까. 답은 있다. 당연히 정해져 있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음식을 입에 처넣고, 국민이 낸 세금으로 분장을 하고 국민이 낸 세금으로 솰라솰라 거짓부렁을 일삼고 국민이 낸 세금으로 뼁끼칠을 하느라 바쁜 그들.
손석구. 그의 연기를 처음 봤다. 그가 출연한 텔레비전 드라마를 안 본 까닭에 그의 연기 정도를 알지 못했다. 주워들은 그의 인기를 알기에 은근히 기대하는 마음이 있었겠지. 살짝 실망했다. 짜인 틀을 기어코 끼어 맞추느라 여백이 없이 대사를 읊고 행동을 한다는 생각을 끝까지 버릴 수 없었다. 기대가 너무 컸겠지. 매 장면 연기들이 다 똑같더라. 똑같다는 것이 때로 그의 상징 마크가 되는 긍정적인 면도 있으나 이 영화에서는 아니었다.
최우식, 이희준, 김요한의 연기, 그리고 맹인 역을 그럴듯하게 연기한 여배우(?)의 연기는 참 좋았다. 모두 처음 보는 배우들이라고 했더니 옆에서 그랬다.
"그런 말을 쓰지 마요. 팬들이 쫓아 온다요."
옆에서 그런 사람은 열두 살 초등학생이었다. 나는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거의 보지 않아서이다. 자랑이랄 것은 없지만 그렇다는 것이다. 이미, 여러 번 했고, 썼던~. 최우식은 봤나? 그래, 그는 '기생충'에서 봤구나. 이희준을 봤던가. 그는 또 영화 '밀양'에 출연했다는~
- 사실 오래전에 봤다. 개봉하자마자 봤다. 그때 써 둔 글을 조금 손봤다. 오늘은 그야말로 집안일로만 하루를 모두 보냈다. 물론 유튜브로 공부를 하면서 일했다. 아무래도 유튜브로 공부한 내용을 좀 올려야겠다고 생각했으나 머리에 남아있는 것을 정리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므로 유튜브 듣기는 공부가 아니었다. 슬픈 일이다. 온통 막노동(?)으로 평생 사신 내 어머니는 매일 어떤 기분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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