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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놈 저런 놈 그런 놈
막걸리와 소주를 합해서 마신 술로
거나하게 섣달그믐의 밤을 취한 이가
정신의 일탈을 용납하겠노라고 선언하더니
쉼없이 자기 생을 펼쳐 내놓았다
밤새 자기 생에 다녀간 이들을
불러들였다
시어머니 빨간 빤스 한 장
사서 덩실덩실
허리춤에 매고 온 여자 있었기에
다행이었노라고
어르고 달래지 않았는데도
쌩쌩하게 자라나서 세상을 일구고 있는
컴퓨터꾼 사나이와
언어도사로 사는 공주님이 있어서
비로소 행복을 들먹이면서 사노라고
하루하루 갓난아이 놀소리하듯
연명하는 나에게
속도 모르고 온 놈
무작정 바로 온 놈
아래층 실내 골프장을 다녀온 놈
이런 놈 저런 놈 그런 놈
내 생은 그 사람들 있어 행복했노라고
소주잔에 뼈만 앙상한 새끼손가락 담가
자그마한 원을 그리면서
말했다
충분히 기특한 삶이었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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